[한경ESG] 이달의 책
기후변화 세계사
피터 프랭코판 지음/이재황 옮김/책과함께/4만8000원
세계적 베스트셀러 〈실크로드 세계사〉로 유명한 피터 프랭코판 영국 옥스퍼드대 세계사 교수가 기후를 주제로 쓴 빅 히스토리. 프랭코판 교수는 이 책의 목표를 3가지로 제시한다. 첫째, 지구사의 토대인 기후를 과거 이야기에 다시 끼워 넣어 어디서, 언제, 어떻게 날씨와 장기적 기후 패턴, 기후변화가 세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수천 년에 걸친 인간과 자연계의 상호작용 이야기를 제시하고, 우리가 환경을 어떻게 자기 뜻대로 활용하고 틀 짓고 변형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셋째, 역사를 보는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프랭코판 교수는 기후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역사적 기록만이 아니라 과학적 자료를 활용하고 분석했다. 라이다, 가시 근적외선 및 단파장 적외선 분광 데이터, 동위원소 자료, 나이테, 광상, 얼음 시료, 꽃가루 같은 자연 기록 등이다. 이러한 기후 자료는 과거에 대한 새로운 사실뿐 아니라 미래의 장기적 지구 기후 분석을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프랭코판 교수는 수만 년 동안 지구에서 일어난 기후 변동 사례를 살펴본다. 빙하기, 화산활동, 태양활동, 호우와 가뭄 등 극적인 사건뿐 아니라 장기적 기후 패턴과 변화 추이, 그 영향도 놓치지 않는다. 동시대 세계 각지를 아울러 사례를 살펴보고, 또 장기 추이로 살피다 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무엇보다 기후 변동은 무조건적 파멸의 원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핵심은 애초에 각 사회가 얼마나 건강하고 위기에 대한 회복탄력성이 큰가였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중요한 점은, 예전에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사회변동의 동시대적 추이가 지역적으로는 편차가 매우 컸는데, 산업화 이후 전 세계 동질성이 매우 뚜렷해졌다는 사실이다. 즉 산업화 이후 지구 전반의 기온 상승 추세가 명백하다는 의미다. 프랭코판 교수는 기후 위기 시대를 극복할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류가 왜 벼랑 끝에 몰렸는지, 그 원인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조슈아 S. 골드스타인 외 지음/이기동 옮김/프리뷰/1만9000원
기후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재앙으로 이어질 결과가 줄줄이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지 못하면 지구는 어느 순간 티핑포인트를 지나 걷잡을 수 없는 대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고,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들이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안전한 청정에너지인 원자력을 적절히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그동안 원자력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감이 지나치게 부각되었다고 지적하며,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원자력에 대한 일반 대중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동물을 위한 정의
마사 너스바움 지음/이영래 옮김/알레/2만5000원
세계적 법철학자이자 미국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저자가 동물 권리를 주제로 쓴 책. 기아, 테러, 빈곤, 질병으로 죽어가는 세상에서 다른 동물의 부당한 피해, 고통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데 상당한 시간과 돈을 쓰는 것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이가 많을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이익을 절대적으로 우선해서는 안 되며, 모든 생물은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든 종이 번영의 기회를 갖는 다종 세계를 구상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동물 삶에 대한 윤리적 조율과 동물의 복잡성, 존엄성에 대한 경이의 감각은 우리 인간성의 일부이며, 그것이 없다면 인간의 삶 자체가 피폐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