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산문을 쓰면 쓴다, 태준만치 쓰면 쓴다는 변명으로 산문 쓰기 연습으로 시험한 것이 책으로 한 권은 된다.”
‘향수’의 시인 정지용은 1948년 산문집을 내면서 머리말에 이렇게 썼다. 당대 “시는 정지용, 산문은 이태준”이라고 할 정도로 이태준의 작품이 잘 쓴 산문의 표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최근 열화당은 그의 아름다운 문장을 보여주는 <상허 이태준 전집>을 출간했다.
상허 이태준은 수필집 <무서록>, 문장론집 <문장강화>뿐 아니라 <달밤> <돌다리>를 비롯해 소설, 희곡, 시, 아동문학, 번역 등 다양한 글을 남긴 한국 근대문학사의 대표적 작가다. 이효석, 김기림, 김유정 등이 활동한 문학동인 ‘구인회’의 창립 멤버다.
1904년 강원 철원에서 태어난 그는 휘문고등보통학교를 중퇴했고, 일본 조치대 문과 예과에 입학했으나 중퇴했다. 신문과 우유 배달을 하며 궁핍한 생활을 했다. 1925년 단편소설 ‘오몽녀(五夢女)’를 시대일보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1946년에 월북했다는 이유로 이태준의 책은 금서가 됐지만 1988년 월북 작가 해금 조치가 이뤄졌다. 북한에서는 1950년대 중반 숙청당한 것으로 전해지며 정확한 사망 시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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