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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과학자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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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하기관이 과학계와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시작된 갈등이 점점 더 증폭되는 모양새다.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은 지난달 12일 열린 ‘제74회 대덕이노폴리스포럼’에 참석해 과학계에 카르텔이 있다며 구체적인 사례 여덟 가지를 거론했다. 이때부터 조 차관과 과학계의 갈등에 불이 붙었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와 한국대학교수연대를 비롯해 과학계에선 조 차관을 향해 사교육 카르텔, 박사논문 표절,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등 의혹을 제기했다. 조 차관은 이를 ‘카르텔의 집단적인 정책 저항’으로 규정하며 과학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대립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자신들이 일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상대로 받지 못한 수당을 달라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다누리 개발이 설계 문제로 5개월간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 연구원들은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항우연은 해당 기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연구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수당은 1억300만원. 1인당 643만원이다. 1, 2심 법원은 “연구원들이 이 기간에도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고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수당이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항우연은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대형 법무법인과 1억6500만원의 수임료 계약을 맺었다. 수당보다 높은 수임 계약을 맺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소송의 핵심은 수당 미지급이 아니라 수당을 임금으로 인정하느냐 여부”라고 상고 이유를 설명했다. 항우연의 움직임과 관련해 학계에서는 “우주 연구를 한다는 자부심이 자괴감으로 바뀌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는 어떨까. 하버드대는 일찍이 연구자를 존경하는 문화를 조성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우주정거장 ‘톈궁’ 도킹에 성공한 중국유인우주국(CMSA)을 치하했다. 달에 착륙선을 보내고도 태양전지 발전에 실패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60점짜리 성공’이라고 자책했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들의 성과를 한껏 치켜세웠다.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반대다. “돈도 못 벌고, 인정도 못 받는 한국에선 연구를 못 하겠다”며 현장을 떠나는 과학자가 늘고 있다. 30여 년간 과학계를 지킨 한 교수는 “해외로, 의대로, 대기업으로 빠지겠다는 후배를 더 이상 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R&D 예산 한두 푼보다 과학자에 대한 존중이 아쉽다”는 노(老) 교수의 호소가 오늘따라 무겁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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