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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번역 AI 플랫폼으로 언어장벽 없애…실시간 번역으로 진화" [실리콘밸리 K-프런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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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번역 인공지능(AI) 플랫폼에 이어 실시간 통역으로 영역을 확장하겠습니다.”
정영훈 XL8 대표(사진)는 21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시대는 언어의 장벽이 무너지는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AI를 통해 구어체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정확하게 잡아내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이 기술로 영화, 드라마는 물론 시상식, 세미나 등의 행사에서 여러 개 언어로 실시간 통역해주는 시장에도 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XL8는 언어의 장벽을 AI로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다. AI로 영상 콘텐츠의 언어를 번역해준다. 구어체로 영상과 함께 분석해준다. 세계 자막과 더빙 시장의 15%를 차지하는 글로벌 1위 번역 서비스 제공업체(LSP0 아이유노미디어그룹과 협업관계를 맺고 이 회사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제공하는 번역의 초벌 번역을 맡고 있다. 그 외에 3위 업체인 픽셀로직에도 납품하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의 여러 콘텐츠가 번역 자막이 XL8의 손길을 거쳐 나온 것이다.

정 대표는 “2019년 창업 이후 번역한 영상 콘텐츠는 50만 시간을 넘겼고, 번역한 단어는 24억개에 달한다”며 “현재 지원하는 번역 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인도네시아어 등 20여개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매월 1만5000여편의 콘텐츠가 언어별로 번역되는 것이다. 정 대표는 “구어체를 자연스럽게 번역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기술은 XL8이 독보적”이라며 “대사와 함께 영상까지 함께 인지해 번역하기 때문에 원어 대비 번역 정확도가 9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숭실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타이젠 운영체제(OS)팀에서 근무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2015년 컬럼비아대 컴퓨터사이언스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구글 검색팀을 거쳐 2019년 XL8을 창업했다. 정 대표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지식을 배우는 것이 좋았다”며 “배울수록 나 자신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성취감이 비교적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난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다양한 AI를 활용한 번역 솔루션이 있다. 그중에서 XL8의 차별화된 경쟁력에 대해 정 대표는 “XL8의 AI 모델은 설계 단계부터 모두 영상에서 뽑아낸 데이터로만 학습했다”며 “보다 완벽한 구어체를 구사하기 위해 문서, 글자 데이터는 철저하게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언어별 특성과 화면을 통한 데이터 분석 기술도 동원했다. 정 대표는 “예를 들어 한국어는 존칭어가 중요하고, 일본어 베트남어 태국어는 화자의 성별이 중요하다”며 “이를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AI가 문맥과 영상 화면을 함께 분석하면서 번역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술 경쟁력에 힘입어 XL8은 작년 10월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액은 150억원, 기업가치는 6000만달러(800억원)다.

XL8은 올해 미디어 번역에 이어 실시간 번역 시장에도 힘을 줄 계획이다. 정 대표는 “번역 시장을 들여다보니 영화제, 시상식, 세미나, 전시회 등에서 실시간 통역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오는 3월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제와 4월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안 텔레비전 어워드’ 등에서 6~7개 언어로 실시간 번역 중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 시리즈에 온바디이스AI 기능으로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탑재하는 등 통·번역 AI 기술이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정 대표 이를 “위협과 기회가 공존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AI를 통해 번역하는 시대가 열렸고, 기업과 단체에서 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남들보다 한발 먼저 시작해 많은 노하우를 축적한 XL8에 더 많은 기회 주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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