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서울 곳곳에서 직전 거래보다 수억원씩 내린 가격에 아파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이 같은 거래가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친족 간 특수 거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 시세가 저렴해진 시기를 틈타 증여에 나서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일원동 ‘우성 7차’ 아파트 전용면적 84㎡가 지난 17일 14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9월에는 같은 면적이 21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4개월 만에 6억9500만원이나 하락한 셈이다. 2021년 9월 기록한 같은 면적 최고가(23억4500만원)와는 9억원 가까이 차이 난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 아파트 전용 79㎡ 1층 매물이 13억5000만원에 직거래됐다. 전달 6층 같은 면적 거래가(19억8000만원)보다 6억3000만원 떨어졌다. 다른 층에 비해 저렴한 1층 매물인 점을 감안해도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이다.
서울 강남구 A공인 관계자는 “최근 시장이 주춤하더라도 이렇게 급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급매라면 시세에서 1억~2억원만 내려도 팔리기 때문에 이 정도 하락 거래는 증여성 특수 거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세가 낮아지면 세금을 덜 낼 수 있어 하락기에는 증여성 특수 거래와 증여 모두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친족 간 부동산 거래를 할 때 부동산의 시가와 거래액 차액이 3억원을 초과하거나 시가의 30% 이상이면 증여로 본다. 시가와 거래액 차액이 3억원을 넘지 않거나 시가 70% 수준에서 거래하면 증여세를 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집을 3가구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10년 전인 2014년 13억원에 취득한 시가 18억원 전용 84㎡ 아파트를 자식에게 증여한다고 가정하면 5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반면 같은 아파트를 시가보다 저렴한 15억원에 거래한다면 집을 주는 사람이 내는 양도소득세 4000여만원과 받는 사람의 취득세(1주택 가정) 약 6000만원 등 1억원 안팎의 세금을 내게 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특수 거래뿐만 아니라 부동산 증여 건수도 늘고 있다. 증여세는 증여재산의 시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시세가 저렴해진 시기에 증여하면 가격 상승기와 비교해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지난해 9월 증여로 인한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부동산은 1만4392건이었으나 이후 11월 1만8243건, 12월 1만8761건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등기 신고 기한이 거래일로부터 60일인 점을 감안하면 11월, 12월 건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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