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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7일(현지시간)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시점이 올해 여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3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사그라지면서 유럽 증시는 소폭 하락했다.
이날 라가르드 총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조기 금리인하 기대는 너무 성급하다"며 "이러한 기대는 각국 중앙은행이 벌이고 있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올여름부터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는 의견에는 "나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도록 필요한 만큼 긴축 상태를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조기 인하론을 일축한 발언이다.
앞서 ECB 정책위원인 프랑스중앙은행 총재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라우는 올해 금리인하가 시작되더라도 데이터에 따라 결정이 내려지는 만큼 언제 인하가 시작될지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늦은 봄까지는 (금리 정책 판단에 필요한) 임금 인상률 관련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노동집약적 서비스 부문에서의 물가 상승률이 4% 수준으로 너무 높아 임금 상승의 위험이 있다”며 “지난해 유로존 직원 1인당 임금이 5.2% 인상되는 등 물가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고 진단했다.
유럽 시장에선 이날 올해 ECB의 금리인하 규모에 대한 예상 폭을 연말까지 5번에 걸쳐 1.4%포인트 인하한다는 가능성에 주로 베팅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앞서 트레이딩업계에선 지난 주말까지도 6번의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었다. 첫 번째 금리 인하는 4월에 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이 확산하자 유럽 증시는 출렁였다. 독일 대표지수인 DAX3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84% 하락했다. 프랑스의 CAC40 지수는 1.07% 밀렸고, 영국의 FTSE 100 지수도 1.48% 내려앉았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