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해운주들이 급등한 가운데 이 지역과 크게 관련 없는 해운주까지 치솟고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7.82% 상승한 28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2.47% 급락하는 약세장에서도 흥아해운(5.32%), 팬오션(3.13%) 등 대부분 해운주가 상승 마감했다. 올 들어 흥아해운은 78.2%, 대한해운은 30.39% 올랐다.
장중 한때 대한해운은 상한가까지 치솟았고 흥아해운도 25.3%까지 급등했다. 해운주 강세는 최근 홍해 일대에서 불안이 고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요 선사가 아시아에서 유럽 지중해로 들어가는 관문인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못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하는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면서 운임 상승 기대에 투자가 몰린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영국이 예멘 반군인 후티 근거지에 공습을 이어가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달아올랐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대한해운과 흥아해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선사는 컨테이너선이 아니라 벌크선과 탱커선(석유·가스·화학제품 운반선)에 집중하고 있다. 벌크와 탱커는 운항 항로가 단순해 물류 대란 가능성이 크지 않다. 정작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올 들어 3.68% 오르는 데 그쳤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과 흥아해운은 홍해에 진입하는 선박이 아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미국 유조선을 나포해 긴장이 높아진 호르무즈해협에는 진입하지만, 흥아해운 선박은 중소형으로 지난주 운임이 급등한 초대형 유조선(VLCC)과는 연관이 적다. 대한해운 관계자도 “중동 지역의 군사적 분쟁과 관련해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흥아해운은 유통주식 비율이 15.08%에 불과해 비교적 작은 규모의 매수세에도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흥아해운이 급등하자 지난 15일 외국인은 전체 유통주식의 10%가 넘는 417만 주를 팔아치웠다. 이어 16일과 17일에는 기관이 각각 104만 주와 82만 주를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한 물량을 대부분 개인투자자가 받은 셈이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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