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6일 14: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건설 리스크’에 자금조달을 미루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로 건설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회사채 발행 일정을 연기하는 곳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달 예정된 회사채 수요예측 일정을 연기했다. 롯데케미칼은 당초 최대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다. 하지만 오는 4월 이후로 발행일을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 계열사 리스크가 회사채 발행을 연기한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약 4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 때문에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했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롯데케미칼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5000억원을 지원했다. 2022년 12월 롯데건설이 회사채를 발행할 당시에도 롯데케미칼이 지급 보증을 서 시장 우려를 낮추기도 했다. 태영건설 후폭풍으로 건설사들의 자금경색이 심화할 경우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자금지원이 다시 이뤄질 수 있다는 기관투자가의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로 투자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회사채 발행 일정을 조율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그룹 내에서 가장 우량한 편이다. 롯데그룹은 연초부터 회사채 조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가장 먼저 롯데쇼핑이 발행 작업을 마무리한 데 이어 롯데지주, 호텔롯데 등이 줄줄이 자금 조달에 나설 예정이다.
A급 건설사들도 자금조달 방안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A(안정적)’인 대우건설은 이달 회사채 발행 작업을 중지했다. 대우건설은 2021년 이후 3년 만에 회사채 시장 복귀를 위해 연초부터 증권사들과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태영건설 워크아웃이라는 대형 변수가 터지면서 발행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회사채 흥행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대건설은 오는 22일 최대 28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열 예정이다. 신용등급이 ‘AA-(안정적)’인 현대건설은 건설채 중 대장으로 꼽힌다. 대우건설을 비롯해 다른 건설사들도 현대건설의 수요예측 결과를 살펴본 뒤 최종 발행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중소 건설사의 유동성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소 건설사는 지방 주택사업장과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높아 업황 부진의 영향도 크게 받고 있다”며 “계열사 지원 등 자체적으로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 중대형 건설사와 달리 중소 건설사의 유동성 압박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