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5일 15: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영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주단이 본격적으로 사업장 향방을 다루는 논의를 시작한다. 앞으로 사업장을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갈지를 놓고 검토하는 작업이다. 부동산 전문 운용사들은 태영건설 지분 등 ‘알짜 자산’이 추가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보고 분석에 들어갔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 CP4블록 사업장 대주단은 16일 대주단협의회를 개최한다. 킥오프 미팅으로, 대주단 협약 개시와 대리금융기관 선정, 실사 개시를 부의, 의결한다. 이 사업장은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연면적 46만3543㎡(약 14만평) 규모의 대형 사업장이다. 트랜치A에 8100억원, 트랜치B에 6900억원 등 금융권 자금 1조5000억원이 이 사업장에 묶여 있다. 트랜치A엔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푸본현대생명, 신한자산운용, 새마을금고중앙회, 신협중앙회와 44개 지역 단위 신협이 들어가 있다. 트랜치B엔 한국산업은행과 특수목적법인(SPC) 4개가 대주로 참여 중이다.
앞으로 CP4 대주단은 대출 계약을 변경하는 논의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주단과 태영건설은 당초 계약상 공정률 70%까지 기성고대출 방식으로 진행하다 70~100%엔 시공사가 자체 자금으로 공사비를 조달한 뒤 준공 후 잔금을 치르는 방식으로 구조를 짰다. 현재 공정률은 70% 남짓으로, 앞으로 시공사 태영건설이 자체 자금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이 자체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어 대주단이 다시 기성고대출 방식으로 대출 계약을 바꿔줘야 할 전망이다.
다른 태영건설 사업장도 조만간 대주단협의회를 개시한다. 준공을 앞둔 사업장은 시공사를 교체하지 않고 하도급 업체에 공사 진행을 맡기는 방식으로 하면 되지만 브릿지론 등 개발 초기 단계에 멈춰선 사업장은 시공사 교체나 사업장 매각에 나서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영건설이 참여하는 PF 사업장 60곳 중 초창기 사업에 해당하는 브릿지론 단계인 사업장은 18곳이다.
부동산 개발 운용사들은 매물로 나올 수 있는 태영건설의 시행 지분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태영건설은 시공을 맡으면서 시행이익을 누리기 위해 시행 PFV 지분에 투자해왔다. 이른바 ‘자체 사업’이라 불리는 방식이다. 유동화 자금 마련이 필요한 태영건설이 이 PFV 지분을 급매로 내놓을 수 있단 전망에 따라 운용사들이 태영 사업장을 분석하는 중이다.
태영건설이 SK D&D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지식산업센터 ‘생각공장 구로’가 대표적인 알짜 사업장으로 꼽힌다. 태영건설 자회사 태영디앤아이는 이 사업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생각공장 구로의 총 사업비는 5500억원에 달하고 예정대로 분양하게 되면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준공 1년7개월을 앞둔 시점에 사업 지분을 헐값에 가져오면 상당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평가다.
한 부동산 운용사 관계자는 “여러 운용사들이 태영 사업장을 싼 가격에 매입하기 위해 리스트업해 보고 있다”며 “일단 기존 채권단이 매각을 하겠단 의사결정을 해줘야 하지만 미리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