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현재까지는 국민의힘이 다소 유리한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흔들렸던 지역 지지율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인기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과 최근 이재명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 등도 민주당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슈다.
○여야 현역끼리 ‘빅매치’ 남구
22대 부산 총선에서 최대 관전 포인트는 남구다. 갑·을 선거구가 통폐합되면서 여야 현역 의원 간 ‘진검승부’가 벌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남구갑에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남구을에선 박재호 민주당 의원이 나선다.남구갑·을 선거구 통합 자체는 민주당에 더 부담스럽다. 남구갑은 역대 총선에서 보수진영 후보가 진 적이 한 번도 없는 곳이고, 남구을도 용호1동을 중심으로 부촌이 형성돼 보수세가 강하다. 21대 총선의 갑·을 득표수를 합하면 국민의힘 후보가 8만3380표, 민주당 후보가 7만5783표를 획득했다.
다만 부산 정가 관계자는 “박재호 의원은 17대부터 다섯 번 출마해 20여 년간 현장에서 뼈가 굵은 정치인으로 지역 조직력이 강하다”며 “친윤 핵심인 박수영 의원으로서도 쉬운 상대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이번 합구를 계기로 여당 텃밭으로 만들어놔야 할 곳이기도 하다. 재개발에 따른 신규 아파트 입주로 4년 뒤 총선에선 다시 분구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낙동강벨트, 탈환이냐 수성이냐
북강서 및 사하갑·을 등 서부산의 낙동강 인접 지역구는 전통적인 부산의 격전지다. 21대 총선에서도 5석 중 2석을 민주당이 가져갔다.북강서을은 3선의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여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반면 북강서갑의 전재수 민주당 의원(재선)은 이번 총선에서도 당선이 유력시된다. 전 의원이 워낙 바닥을 탄탄하게 다져놔 국민의힘에서도 부담스러워한다는 평가다. 해당 지역에서 재선을 지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당초 출마가 거론됐던 장예찬 최고위원도 전 의원을 피해 출마지를 옮겼을 정도다. 지역 정가 일각에선 5선의 서병수 의원(부산진갑)이 여기로 지역구를 옮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당내 영남 중진 용퇴론 요구에 서 의원이 현 지역구에선 재출마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은 가운데 부산시장을 지낸 서 의원은 다른 지역구에서도 승산이 높기 때문이다.
재선의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있는 사하갑에 대해선 여당이 탈환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21대 총선에선 최 의원이 김척수 국민의힘 후보를 0.9%포인트 차로 이겼다. 국민의힘에선 이성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출마를 선언했고, 김척수 당협위원장도 재도전한다.
사하을은 5선의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출마가 최대 관심사다. 영남 중진 물갈이론이 거세 조 의원의 수도권 험지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제원·하태경 빠진 무주공산은?
장제원(3선), 하태경(3선) 등 중진 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의 여당 후보가 누가 될지도 관심이다. 사상구는 장 의원의 조직력이 워낙 강해 이를 물려받는 후보가 공천 여부와 상관없이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역 정가에선 김대식 전 여의도연구원장이 거론된다. 김 전 원장은 장 의원의 가족 사학재단 중 하나인 경남정보대 총장을 맡고 있다. 사상구청장을 지낸 송숙희 부산시 여성특별보좌관도 뛰고 있다.하 의원이 물러나는 해운대갑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검사 출신인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도 해당 지역에서 주목하는 인사다.
5선의 서 의원과 3선의 이헌승 의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부산진구는 영남 중진 용퇴론 확산에 따라 운명이 좌우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관계자는 “조직력이 탄탄한 중진 의원이 전부 빠지면 부산 전반의 선거 구도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의 이런 기류와는 반대로 6선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중·영도 출마를 예고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김 전 대표의 공천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분위기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있다.
부산=설지연/정소람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