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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중국, 대만) 관계의 운명을 가를 대만 총통선거가 13일 치러진다. 반중(反中) 성향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 소속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라이칭더 후보는 판세 굳히기에 들어갔다.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와 커원저 민중당 후보는 마지막 거리 유세에 나서 막판 대역전을 노렸다. 전문가들은 대만 유권자들이 총통선거에선 반중 기조를 유지하되 입법의원 선거에서는 야당에 표를 몰아줘 견제와 균형을 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진당, 반중 세력 결집 총력
대만 총통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는 나란히 수도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에서 마지막 유세에 나섰다. 커 후보는 타이베이 총통부 앞에서 제3정당에 표를 몰아줄 것을 호소했다. 이날 대만 주요 매체들은 박빙 접전 속에 라이 후보가 선거 승리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예측했다.차이잉원 총통의 대외정책 기조를 계승해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라이 후보는 지난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서는 안 된다”며 반중 지지표 결집에 힘을 쏟았다. 그는 거리유세에서도 “세계와 맞서 싸울 것인지, 중국에 갇힐 것인지, 민주적 가치를 고수할 것인지, 권위주의에 굴복할 것인지 대만의 운명이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반중 정서를 자극했다.
허우 후보는 민진당의 대만 독립 기조가 국가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미래의 총통은 대만과 중국이 서로 교류하고 이해를 증진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중국과의 전쟁을 피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국무부 대만사무판공실에서 논평을 내고 “민진당 차이잉원의 노선을 잇는 것은 대만을 평화와 번영에서 멀어지게 하고 전쟁과 쇠퇴에 가깝게 하는 것”이라며 허우 후보를 측면 지원했다.
커원저 인기몰이…민중당 약진하나
선거 막판 제3정당인 민중당 커 후보의 돌풍도 만만치 않다. 그는 전체의 16.2%에 달하는 20대 유권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대만 젊은 층은 실업과 저임금 문제 등 경제 이슈에 관심이 크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실용’을 앞세웠고, 양안 관계에서도 미·중 양쪽에서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신베이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모씨(29)는 “국민당은 너무 친중이라 거부감이 들고, 민진당은 민생 경제를 파탄 낸 부패한 정치 세력”이라며 “사표(死票)가 되더라도 커 후보와 민중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총통선거는 입법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입법의원 선거에서 국민당과 민중당 등 야당이 과반을 확보할 게 유력시된다. 민중당의 대약진이 예상된다. 민진당은 총통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입법의원 과반에 실패할 경우 여소야대의 반쪽 정부를 이끌어야 할 전망이다.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 성향의 민중당이 대만 정책에 키를 잡게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세계 공급망 영향은
이번 총통선거는 미·중 대리전으로 치러지고 있는 만큼 선거 후 세계정세 변화에 미칠 영향에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큰 틀에서 민진당이 집권하면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힘을 받고, 국민당 승리 시 중국과 대만의 밀착이 강화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민진당이 재집권하면 중국은 대만 경제 보복을 강화할 수 있다”며 “중국이 대만에 대한 원자재 수출까지 제한하면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한국 등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민진당이 집권하면 양안 관계가 급랭해 한국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영화 베이징대 한반도연구소 연구원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며 “TSMC의 대체재가 없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선거가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타이베이=임락근 통신원/신정은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