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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눌린 소비·투자·건설…'2% 성장'도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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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너무 안돼 따져 보니 올 들어 매출이 1년 전보다 20%나 빠졌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15년째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양모씨는 12일 행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양씨는 “평소 오전 7시 반에는 첫 손님이 왔는데 요즘은 오전 10시가 넘어야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코로나 때보다 장사가 더 안된다”고 했다.

고물가·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내수 경기가 심각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말부터 수출 개선세가 뚜렷하지만 민간소비, 투자·건설 등 내수 지표는 오히려 둔화 또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의 한 축인 내수가 반등하지 않으면 올해 2%대 경제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이날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4.2% 증가해 2022년 12월(10.8%)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 12월(-3.3%) 후 3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월간 기준으로는 작년 8월(2.9%) 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통상 연말인 12월에 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어나는 경향이 강한데 작년에는 소비가 부진했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2.0% 급감했다. 대형마트 매출도 2.2% 줄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국내 경기 상황을 가늠하는 10대 핵심 지표 중 소매판매액지수, 설비투자지수, 서비스업생산지수, 건설기성액 등 7개는 작년 11월 하강 또는 둔화 국면에 빠졌다. 하강·둔화 지표가 7개나 나온 것은 작년 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건설경기에도 한파가 불고 있다. 산업은행이 작년 말 조사한 ‘2024 설비투자계획’에 따르면 올해 건설업 설비투자는 작년 대비 18.2% 급감할 것으로 조사됐다. 산은의 설비투자계획 조사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건설투자는 민간 소비와 함께 내수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건설투자 축소→고용 악화→소비 침체→경기 부진’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 부문이 다수를 차지하는 일용근로자는 9만 명 감소하면서 104만2000명을 기록했다. 1967년(94만3000명) 후 최소치다.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이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민간소비와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 올해 2%대 경제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은 나아지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가 동반 침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를 밑도는 1%대 후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담은 대대적 감세 및 규제 완화 조치를 조기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 상반기부터 신속하게 내수경기와 투자를 살려야 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시설투자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전통시장 소득공제율 확대, 일반 분야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율 한시 상향,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세컨드 홈’ 활성화, 비(非)수도권 개발부담금·학교용지부담금 감면 등이다. 조세특례제한법과 개발이익환수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들이다.

허세민/박상용/이광식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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