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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한국차 따라가려는 베트남 빈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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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로 미국 시장 공략

 베트남 자동차기업 빈패스트(Vinfast)를 처음 본 때는 2018년 파리모터쇼다. 당시 회사는 '럭스(LUX)' 브랜드로 세단과 SUV 두 가지를 선보였다. 현재 판매되는 VF 시리즈의 모태였던 셈이다. 물론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인 만큼 빈패스트는 그 사이 내연기관을 배제하고 오로지 배터리 전기차(BEV)만 제공하는 중이다. 이미 베트남 내에선 국산차로 통하며 택시를 중심으로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을 현대차가 지배(?)하는 것처럼 빈패스트도 애국 기반의 내수 진입에는 성공한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빈패스트의 해외 전략이다. 조금만 관심 있다면 빈패스트가 철저하게 한국차가 걸었던 길을 빠르게 밟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배터리 전기차를 앞세워 초기부터 미국 시장 진출을 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어려움도 적지 않다. 베트남에선 애국 마케팅이 통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제품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고 개선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오히려 빈패스트는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라면 비판의 목소리를 최대한 빠르게 받아들여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목하는 것은 자신들의 제품이 전기차라는 점이다. CES2024에 경차급 전기 SUV VF3를 내놓고 미국 시장용 픽업 전기 트럭 컨셉트 '와일드(Wild)'를 내세운 것도 철저하게 미국에 정착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베트남에선 애국, 미국에선 품질로 자리를 잡겠다는 그림이다. 게다가 미국 현지 공장 설립에도 착수해 철저하게 한국차를 따라가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 직접적인 경쟁 상대인 중국 전기차의 미국 진출이 어렵다는 점에서 베트남이 미국에서 한국차의 추격자,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글로벌 전략은 한국을 따르되 제품은 철저하게 중국의 BYD와 미국의 테슬라를 겨냥한다. 배터리 전기차에 초점이 맞춰진 기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자신들의 무기로 삼는다. 미국 내에서 2만 달러 이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선 기업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왔던 시장 진입 과정을 전기차에 집중해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각오다. 

 시간 단축에 필요한 것은 단기간의 기술 축적이다. 하지만 기술은 하루 아침에 축적되지 않는다. 그래서 빈패스트는 GM 및 BMW 등의 생산기술과 제조품질을 흡수하는데 적극적이다. 몇해 전 GM의 베트남 공장을 인수한 것도 제조 품질의 역량 확보 차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유는 베트남 내수 시장에 일부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실제 베트남은 인구 1억명에 자동차 보유율은 1,000명당 46대로 낮다. 한국의 경우 1,000명당 500대에 달할 정도로 포화 시장이지만 베트남은 성장 가능성이 높고 정부 또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이륜차에서 4륜차로 주력 산업을 전환하려 한다. 

 실제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녹색 에너지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전기차의 생산, 조립, 수입 및 사용을 촉진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친환경차에 세금을 줄여주고 전기차 보조금을 책정하는 등 발 빠르게 산업 전환에 대응하는 중이다. 따라서 당장은 자동차 사업으로 손해를 입겠지만 빈패스트는 결국 BEV 시장이 충분히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베트남 내수를 기반으로 미국에서 최대한 판매망을 늘리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훗날을 위해 현재를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빈패스트와 같은 후발 주자들의 공격적인 행보는 결국 한국차에 위협이 되기 마련이다. 더욱이 과거에 없던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이 봇물처럼 이어지면서 오히려 한국차의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은 자꾸 높아지고 있다. 튀르키예의 신생 전기차 기업 토그(TOGG) 또한 CES2024에 등장해 튀르키예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미국 내 성공을 기대했는데 이들의 선전이 곧 한국차에겐 위협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 같다. 

 라스베거스=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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