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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경쟁과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향방을 결정할 대만 총통 선거가 다가오면서 현지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집권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는 신주시 유세에 나서 막판 지지표 결집에 힘을 쏟았다. 라이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는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는 “민진당은 민생을 파탄 낸 무능한 정당”이라며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막판 역전을 노렸다.
투표 위해 귀성길 오른 유권자들
대만 총통 선거를 이틀 앞둔 11일 대만 타이베이 기차역은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투표를 위해 고향으로 향하는 승객들이 귀성길에 오르면서 이날 타이베이역 하행선은 열차 좌석표가 금세 매진됐다. 대만은 호적을 기준으로 투표 장소가 정해져 투표하기 위해선 고향행이 불가피하다. 기차역에서 만난 대만 시민들의 의견은 친중 후보 지지와 반중 후보 지지로 크게 갈렸다.대만 최남단 핑둥현행 기차에 몸을 실은 40대 회사원 천모씨는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대만이 제2의 홍콩이 되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쉬모씨(60)는 “자유와 민주가 가득한 대만에서 계속 살고 싶다”며 라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투표를 위해 중국 선전에서 귀국한 50대 사업가 궈모씨는 “양안 관계 악화로 사업이 어려워졌다”며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줄 수 있는 (허우)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말했다. 20대 장모씨도 “전쟁 가능성에 두려움이 있어 허우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라이 후보는 차이잉원 현 총통의 친미 정책을 계승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의 권위주의 노선에 대한 대만인들의 반발 심리를 자극해 지지세를 결집하고 있다. 8년 만에 정권 탈환을 노리는 허우 후보는 중국을 인정하고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한다. 선거 승리 시 금융·의료·문화·통신 등 서비스산업 전방을 상호 개방하는 ‘양안서비스무역협정(CSSTA)’을 재개하겠다는 공약도 냈다.
중도 성향의 커원저 민중당 후보는 2030세대 지지를 등에 업고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총통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입법위원(국회의원) 의석수를 확보해 정치 개혁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민진당 심판” vs “대만 독립 지지”
대만 총통 선거는 13일 입법위원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다. 지난 2일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라이 후보가 3~5%포인트의 지지율 차이를 유지하며 허우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허우 후보와 커 후보는 선거 막판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싣고 있다. 차이 총통이 대만 독립 노선을 추구하며 대만을 전쟁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민진당의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인 탈원전 정책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으로 대만은 2017~2022년 총 네 차례에 걸쳐 대정전이 발생했다. 물가 관리에 실패한 것도 민진당의 인기를 떨어뜨린 요인이다.
이에 총통 선거 결과와는 무관하게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민진당은 총 113석의 의석 중 62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최소 9석 넘게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타이베이=임락근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