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1일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단 한 번의 희생도 없이 이 모든 영광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누리고서도 탈당하겠다고 한다"며 만류하고 나섰다.
민주당 의원 129명은 이날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의사 철회를 간절히 바라는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성명을 내고 이렇게 밝혔다. 전체 민주당 의원 164명 중 약 79%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이 전 대표는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를 지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이자, 민주화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였다"고 상기시켰다.
또 "탈당과 신당 창당에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 탈당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총선 승리로 민생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야 할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 이 엄중한 상황 속에서 민주당의 분열은 윤석열 정권을 도와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건의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거부한 '당 대표직 사퇴·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이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며 "지금도 국민들과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대권 후보다. 이 전 대표는 당원들의 지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서서 생각해 보라.' 2002년 노무현 후보를 흔들며 탈당하려 했던 움직임을 멈추게 하려 한 이낙연 대변인의 논평"이라며 "이 전 대표께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드린다. '이낙연을 키운 민주당'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도 높은 당 쇄신을 주장하다가 결국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결심한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공식 선언한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30일 이 대표와 만나 약 50여분간 회동한 뒤 "변화의 의지를 이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지난주 향후 행보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표가 지난 2일 흉기에 습격당하면서 발표 시점을 이날로 미뤘다.
이 전 대표가 늦어도 내달 초 창당대회를 마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총선을 약 3개월 앞두고 '제3지대 빅텐트'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전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한 비명(비이재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과도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등과의 합당 가능성에도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이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양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양당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 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주저앉겠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이 자리에 우리가 모여 있다"고 연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