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0일 14: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영건설 채권단이 12년만에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워크아웃 개시 이후 발생할 주채권단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주단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조치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 소요를 댈 주체를 가르는 잣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12년 전 만든 가이드라인 적용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11일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가이드라인을 상정, 의결한다. 워크아웃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뒤 주채권단과 PF 대주단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막기 위한 조치다. 주채권단은 건설사에 직접 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을 일컫는다. 대주단은 건설사의 PF 사업장에 돈을 댄 기관이다. 금융당국은 2012년 만들어둔 건설사 워크아웃 가이드라인을 꺼내들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적용하는 가이드라인은 2012년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워크아웃 건설사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MOU) 개선 가이드라인’이 모태다. 2014년 한 차례 개정을 거쳤다. 채권단 내에서 협의를 통해 개정 적용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PF 사업장의 유동성이 부족하면 대주단이 맡아 사업 완료까지 필요 자금을 지원하도록 한다. 이외에 부족자금과 워크아웃 개시까지 발생한 자금 소요는 주채권단이 대기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금 부족이 PF 사업장 때문인지, 태영건설 때문인지 불분명하면 양측이 반반씩 지급하고 실사를 거쳐 사후 정산한다.
또 공동관리절차에 들어가면 대주단은 PF 사업장별로 처리 방안을 짜게 된다. 이후 주채권단과 대주단은 동수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한 뒤 협의하도록 한다. 운영위원회는 주채권단과 PF 대주단간 이견 조정을 위해 만들어지는 조직이다. 여기서 안건으로 부의해 자금 집행을 처리한다.
채권단·대주단 잡음 방지…대주단 불만도
채권단이 12년 전 가이드라인을 꺼내든 것은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가이드라인은 건설사들이 연달아 무너지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의 PF 사업장에 자금 투입을 놓고 주채권단과 대주단의 갈등이 비일비재해 이를 막기 위한 지침이 필요했다.워크아웃 개시 이후부터 주채권단과 대주단 양측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PF 사업장이 운영되려면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돼야 하지만 누가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지를 놓고 주채권단과 PF 대주단간 이견이 잦았다. 주채권단과 PF 대주단 모두 추가 출자 의결을 통해 자금 납입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대주단 일각에서는 주채권단이 워크아웃을 주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노하우가 쌓여 있는 은행권이 사업장 매각, 시공권 해지 등을 요구해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상황이다. 한 대주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사업장을 담보로 잡고 처분하거나 공사계약을 해지할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며 “졸지에 시공사 없는 사업장이 될 수 있어 채권단에 끌려다니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