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회복세를 타고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여행수지 적자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행수지는 지난해 11월 12억8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전달인 10월 적자액(6억4000만달러)의 두 배 규모다. 이로써 지난해 1~11월 여행수지 적자는 113억달러로 전년 동기의 68억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계기로 중단됐던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지난해 8월 6년5개월 만에 재개됐지만 기대한 유커(중국인 관광객) 특수는 실종됐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K콘텐츠를 갖고 있으면서도 관광 수요로 끌어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부가 관광대국 도약을 내걸고 대대적으로 벌이는 ‘한국 방문의 해(2023~2024)’ 캠페인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런 단발성 이벤트로 여행수지의 기조적 적자 흐름을 바꿀 수 없다. 한국의 관광 매력도를 높이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요국 관광산업 경쟁력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종합 평가에서 15위를 기록했지만, 가격 경쟁력에서는 80위에 그쳤다. 관광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데다 바가지요금도 여전하다. 이러니 제주 대신 일본이나 베트남을 찾는 게 당연하다.
관광산업의 거대한 변화인 ‘융복합화’에 기회가 있다. 특히 의료관광은 체류 기간이 길고, 체류 비용도 커서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는다. 우리는 경쟁력 높은 의료 서비스와 저렴한 진료비, 짧은 대기시간을 갖춘 만큼 ‘아시아 의료관광 허브’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외국인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등 규제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보건과 미용 등을 결합한 ‘웰빙 관광’, K푸드 명소를 연결하는 ‘먹거리 관광’ 에서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런데 의료를 비롯해 관광·헬스케어·콘텐츠 등 서비스 업종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를 지원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13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그나마 정부는 쟁점을 피하기 위해 의료·보건 분야를 쏙 뺀 채 입법을 추진한다는 얘기마저 나오니 한심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관광대국 도약은커녕 적자 탈출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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