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그룹의 해외 최대 생산 기지인 인도에 수소·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1조원을 추가 투자한다. 지난해 3조2000억원을 들여 현지 미래차 생산 능력을 확대하겠다고 한 데 이어 투자 규모를 반년 만에 30% 더 늘린 것이다.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서 미래 산업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7일(현지시간) 인도 첸나이에서 열린 ‘타밀나두 글로벌 투자자 회의’에서 타밀나두주(州) 정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총 618억루피(약 98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타밀나두주는 현대차가 연 82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첸나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곳이다.
총투자액 중 600억루피(약 9510억원)는 앞서 현대차가 발표한 인도 전기차 생태계 투자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작년 5월 타밀나두주에 향후 10년간 2000억루피(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설비와 공용 충전소를 짓는 등 현지 미래차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곳을 찾아 투자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나머지 18억루피(약 286억원)는 현지 수소 생태계 구축에 쓰인다. 현대차는 인도공과대학(IIT) 마드라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수소 밸리 혁신 허브’를 조성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해외에 수소사업 거점을 짓는 것은 중국 광저우에 이어 두 번째다. 김운수 현대차 인도법인장은 “인도 수소 생태계 기반을 다지기 위한 인큐베이션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단순한 투자를 넘어 친환경 미래를 향한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반영해 강력한 수소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3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인도는 탄소 감축과 청정에너지 대전환을 위해 전기차, 그린수소 등 친환경산업을 육성하는 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2030년까지 연간 그린수소 500만t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약 24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현대차에 러브콜을 보낸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타룬 가그 현대차 인도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향후 시장 흐름과 정부 정책에 따라 수소차 넥쏘의 인도 출시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글로벌 미래차 산업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중국 BYD는 10억달러를 투자해 인도 내 생산 기지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 빈패스트는 이날 타밀나두주에 20억 달러를 들여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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