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결혼 안하나 봤더니…男은 '저학력', 女는 '고학력'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이슈노트 '미혼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 보고서에서 정선영 한은 조사국 과장과 한지우 조사역이 분석한 결과다.한국의 미혼율은 2020년 기준 31.1%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27.9%에서 3.2% 증가했다. 이 기간 초혼 연령이 남성은 29.3세에서 33.7세로, 여성은 26.5세에서 31.3세로 빠르게 늘어나는 등 늦은 결혼(만혼) 현상도 심화됐다. 이에 따라 20대 미혼율은 71.1%에서 92.8%로 급증했다.
학력수준별로 보면 남성은 저학력에서, 여성은 고학력에서 미혼율이 높았다. 올해 1~11월 30~54세의 미혼 비중을 파악한 결과 저학력 남성의 미혼비중은 30.9%로 고학력 남성(27.4%)보다 3.5%포인트 높았다. 반면 여성은 고학력 여성의 미혼 비중이 28.1%를 기록해 저학력 여성(15.9%)의 두배에 가까운 수준을 나타냈다.
미혼 여성 더 일하지만…노동공급은 감소
미혼이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남성은 미혼인 경우 노동공급을 줄이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3~2023년 평균 기혼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96%로 미혼 남성(83%)보다 13%포인트 높았다. 고용률도 기혼 남성이 95%로 미혼(79%)를 크게 상회했다. 부양 부담이 적은 미혼 남성이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에 소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다.반면 여성은 이와 반대였다. 미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이 기혼여성보다 각각 19%포인트, 16%포인트 높았다. 기혼 여성이 육아 부담 등으로 일자리를 포기하는 현상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혼 남성의 노동공급 감소효과와 미혼 여성의 증가효과를 종합하면 노동공급 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혼남성이 총고용률을 0.5%포인트 낮추는 반면 미혼여성의 고용률 증가 효과는 0.2%포인트에 그쳤다.
미혼 심화하면…7년 후 경제활동참가율 감소 시작
미혼의 증가는 중장기적으로도 노동감소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혼인율이 감소가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30년 후 미혼 비중이 현재의 약 2배 수준(남성 60%, 여성 50%)로 확대될 경우 경제활동참가율은 2031년 79.7%를 정점으로 하락이 시작할 것으로 전망됐다. 앞으로 7년만에 노동공급이 감소할 것이란 경고다. 감소 폭은 2040년 79.3%로 약 9년간 0.4%포인트로 예측됐다. 이는 미혼인구 비중의 증가세를 고려하지 않은 시나리오에서 경제활동참가율 정점이 2035년 80.1%로 나타나고, 2040년에도 80.0%로 정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상반된 전망이다.
정 과장은 "미혼 인구 증가는 현재와 미래의 노동공급을 모두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혼인율을 높이는 완화정책과, 미혼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이는 적응정책을 병행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 자립 지원정책으로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미혼이더라도 근로 의욕을 높일 수 있도록 유연한 일자리와 자율적 업무환경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