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리조트월드 쇼핑몰까지 4분이면 갈 수 있어요. 식사와 쇼핑 모두 편리하게 즐길 수 있죠.”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센트럴홀 앞에 있는 ‘베이거스 루프’ 정류장에서 만난 직원 메르세데스는 “전시행사가 있는 날이면 하루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루프를 통해 컨벤션과 호텔, 쇼핑몰을 오간다”며 “교통체증 없이 지하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LED 조명으로 꾸며진 베이거스 루프 정류장에선 테슬라 Y와 X 차량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컨벤션센터 사우스, 센트럴 웨스트홀 정류장을 잇는 2.7㎞ 구간은 무료다. 이후 추가된 2㎞ 길이의 리조트월드, LVCC 리비에라 정류장을 가려면 1인당 5달러의 요금을 내야 한다. 5달러를 내면 하루 동안 횟수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다. 요금 결제 후 QR코드를 찍고 차량에 탑승했다. 차량은 부드럽게 출발해 터널로 진입했고, 시속 30마일로 달렸다. 터널의 폭이 그 넓지 않고 길도 구불구불해서 그 이상 속도를 내기는 어려워 보였다.
운전기사 타냐 본은 “현재 지하 40피트(12m) 깊이의 터널을 달리고 있다”며 “바로 위에 라스베이거스 핵심지역인 스트립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30대의 차량이 운행 중인데 CES가 본격적으로 개막하면 100대로 늘어날 것”이라며 “하루 1만~2만명이 루프를 통해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센트럴 정류장을 출발한 테슬라는 4분 만에 리조트월드 역에 도착했다. 걸어서 간다면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지상에서 차량을 이용해도 신호등과 차량이 많은 베이거스 도심의 특성상 10여분 소요된다.
루프는 일론 머스크가 도심 교통체증 해법을 고민하다 2016년 설립한 보링컴퍼니에서 추진하는 친환경 지하 교통 시스템이다. 지하터널을 통해 승객을 전기차로 실어 나른다. 2018년 로스앤젤레스(LA)에서 1.7㎞ 길이의 시험용 터널을 구축해 선보였으며, 베이거스 내에서 본격적인 상업운행을 시작했다. 당초 교통수단으로 자기부상열차를 제시했으나 이후 테슬라 전기차로 바뀌었다. 터널 개발 속도도 당초 기대보다 느려지면서 관심이 줄어들기도 했다.
리조트월드 정류장은 리조트월드와 바로 연결돼 있었다. 리조트월드는 2021년 6월 개장한 초거대 쇼핑몰로, 콘래드·힐튼·크로포드 3개 호텔과 연결돼 있다. 쇼핑몰은 가운데에 지역의 랜드마크인 초대형 공연장 스피어를 축소해놓은 ‘미니 스피어’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쇼핑몰에서 만난 직원 션은 “현재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새롭고 고급스러운 시설 중 한 곳”이라며 “이곳에서 상류층들의 다양한 파티와 행사가 열린다”고 소개했다. 베이거스루프의 리조트월드 정류장은 2022년 7월에 개통했다.
루프는 라스베이거스 도시 전역으로 터널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해리 리드 공항, 클락카운티까지 지하에 총 30마일(50㎞) 길이의 촘촘한 터널망을 구축해 55개의 정류장을 거미줄처럼 잇겠다는 것이다. IT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이 계획은 작년 7월 라스베이거스 시의회의 승인을 받고 길이 68마일(109㎞), 81개 정류장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조트월드 정류장에서 만난 직원 매니는 “현재 베이거스루프는 LVCC에 전시행사가 있는 기간에만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 웨스트게이트와 다른 지역에 정류장이 추가되면 365일 상시 운영 체계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도 시 차원에서 이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스티브 힐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 사장은 당시 “루프는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으로 지역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한다”며 “현재 윈호텔과 웨스트케이트 호텔 지하를 연결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며 그 다음 단계로 추진하기 위한 신청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