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2개월째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앱) '위피'를 이용 중인 이지연 씨(가명·29)는 최근 이 앱에서 만난 남성과 7개월째 연애 중이다. 여성 직원이 많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이 씨는 이성 자체를 만나기 어려운 근무 환경 탓에 이 앱을 사용하고 있다. 이 씨는 "지금까지 5번 이상 매칭됐고 연애도 두 차례 했다"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전했다.
소개팅 앱 '글램'을 8개월째 사용 중인 직장인 김가영 씨(가명·28)는 주변 지인이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난 이성과 결혼하는 것을 보고 앱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다소 거부감과 부담감이 있었지만 상당수 지인들이 소개팅 앱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수락과 거절도 쉽고 많은 이성을 원하는 만큼 볼 수 있어 편리하다"며 "앱에서 만나 연애도 했다. 지인이 껴있는 오프라인 소개팅과는 달라 불편함이 덜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틴더·위피·글램…3대 소개팅앱 설치자만 '100만명'
7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소개팅 앱 설치자 수는 틴더 42만명, 위피 33만명, 글램 28만명에 달했다. 실사용자 수는 틴더(24만명) 글램(14만명) 위피(14만명) 순으로 많았다. 이들 소개팅 앱 사용자 수는 매년 증가세다.위피 운영사 엔라이즈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3년 2030 유저 데이터'에 따르면 위피 누적 사용자 수는 총 66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이중 MZ(밀레니얼+Z)세대 유저는 전체의 90.3%에 달했다. 누적 다운로드 건수도 매해 늘어나고 있다. 2021년 12월 약 600만건, 2022년 800만건, 지난해 4월엔 900만건을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를 계기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소개팅 앱들은 간편하게 이성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 등으로 최근 이용하는 젊은층들이 늘고 있다. MZ세대 중심으로 소개팅앱을 사용해 원하는 이상형을 적극 찾아 나서는 트렌드가 자리잡으면서다.
소개팅 앱의 장점은 '시간 단축'이 꼽힌다. 상대방 프로필을 누르면 얼굴은 물론 키와 직업, 지역, 출신 학교 등을 손쉽게 알 수 있고 앱에 따라서는 민감한 정보인 임금과 자산 수준까지 알 수 있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김희진 씨(가명·30)는 지난해 '스카이피플'을 이용했다. 이 앱은 명문대 출신 등 가입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김 씨는 평소에 소개팅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지만, 원하는 외모와 직업 수준 연봉까지 충족하는 이성을 만나기 어려워 이 앱을 선택했다. 그는 "다니는 회사가 지방에 있어 이성을 만나러 갈 때 들이는 시간이 부담스러웠는데 소개팅 앱을 이용해 이동시간을 아껴 많은 이성과 온라인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귀띔했다.
통신사에 직장인 커뮤니티도 '데이팅 서비스' 출시
이처럼 최근 소개팅 앱의 인기에 대형 이통사와 커뮤니티 운영사 등도 관련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4월 ‘하트트래블’을 출시했다. 하트트래블은 한 기수당 남녀 12명을 선발해 1박2일 여행을 떠나는 데이팅 서비스다. 개설 6개월 만에 매칭률 가입자 880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12월 기준 1100명을 돌파했다. 하트트래블 운영사는 올해 상반기 '케미컴퍼니'라는 이름으로 분사할 예정이며 별도 앱 출시도 준비 중이다.국내 서비스 출시 10년을 맞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도 2020년 10월 직장인 데이팅 앱 '블릿'을 출시해 서비스 중이다. 블라인드에 따르면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이 앱은 재직 중인 회사나 자격증 등을 인증해야 가입이 가능하므로 신원인증이 확실해 꾸준히 사용자들 호응을 얻고 있다.
소개팅 앱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출시한 한 소개팅앱 대표는 "소개팅앱이 앞으로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출시 4개월 만에 수익이 나고 있다"며 "지인 소개팅은 번거롭고 그렇다고 결혼정보회사를 가기엔 너무 부담스럽다고 생각하는 남녀들이 소개팅앱을 찾는 추세 같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