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내 법인 및 개인 파산 신청이 증가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2년간 고금리를 유지하며 기업과 가계 재정이 크게 악화한 탓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파산 데이터 제공업체 에픽 AACER을 인용, 지난해 미국 법인 및 개인 파산 신청 건수가 44만5186건으로 전년(37만8390건)보다 18% 늘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만 따질 경우 11월 3만7860건에서 3만4447건으로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고금리 지속되는 가운데 대출 기준이 강화되고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기간 나왔던 경기 부양책이 축소되며 파산 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은 지난해 6569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3819건)보다 72% 급증한 수준이다. 챕터11은 자력으로 회생이 어려운 기업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후 승인될 시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 파산 신청은 총 41만9559건으로 전년도 신고 건수 36만6911건에서 18% 증가했다.
파산 신청은 올해도 계속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Fed가 금리 인상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기업과 가계가 고금리 기간 급증한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마이클 헌터 에픽 AACER 부사장은 “연체율 상승, 사상 최고 수준의 가계 부채 등을 고려할 때 올해도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법인과 개인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 Fed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미국의 가계부채 잔액은 약 17조 3000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뉴욕 Fed는 보고서를 통해 “신용카드 연체율의 지속적인 상승이 소득과 지역에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파산 신청 건수에 비해선 양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접수된 파산 신청 건수는 총 75만7816건이다.
한명현/이현일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