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4일 14:2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게임사 IPO가 올해 재개될 전망이다.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이 막힌 물꼬를 틀 첫 주자로 꼽히는 가운데 스마일게이트RGP, 라인게임즈 등도 신작 게임을 내놓으며 증시 입성 채비에 나섰다.
투자자 외면에 게임사 IPO 발길 '뚝'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2022년 11월 티쓰리엔터테인먼트를 마지막으로 게임업종 IPO는 발길이 끊겼다. 조단위 몸값을 인정받은 곳은 2021년 8월 크래프톤이 마지막이다.국내 증시에서 게임업종은 중소형 기업부터 대기업까지 IPO에 나서며 꾸준한 인기를 얻던 분야였다.
하지만 기존 게임업종 상장사가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 및 주가 하락을 겪자 투자자의 관심이 낮아졌다. IPO에 도전하는 게임 개발사가 대부분 단일 게임 흥행에 기댄 취약한 매출 구조를 갖고 있단 점도 점차 공모주 시장에서 외면받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가장 최근 대어 IPO였던 크래프톤이 공모가 49만8000원에 상장했지만,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돌며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긴 점도 게임사 IPO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현재 크래프톤 주가는 20만원을 밑돌고 있다.
MMORPG ‘오딘: 발할라라이징’을 만든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2022년 코스닥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까지 제출했다가 고평가 논란과 중복 상장 논란으로 상장을 잠정 철회했다.
이후 라인게임즈, 시프트업, 스마일게이트RPG 등 다수의 게임 개발사가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목표로 상장 주관사를 새로 선정했지만, 여전히 시장 분위기를 살펴야했다.
시프트업, '니케' 작년 글로벌 매출 6000억
IPO 업계에선 이런 침체한 분위기를 바꿀 유력 후보로 시프트업이 꼽혔다.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은 이르면 상반기에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다.작년 7월부터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발행주식 수를 약 161만주에서 5074만주로 늘렸다. IPO에 돌입하기 전 적정 유통주식 수를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시프트업은 김형태 대표가 2013년 설립한 게임 개발사다. 2016년 모바일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데스티니 차일드’에 이어 2022년 11월 모바일 TPS(3인칭 슈팅) 게임 '승리의 여신:니케'를 출시했다.
상장 과정에서 조단위 기업가치를 노릴 전망이다. 작년 11월 기존 투자자 위메이드가 시프트업 지분 4.11%를 중국 텐센트 자회사 에이스빌PTF 외 1인에 약 800억원에 매각하면서 약 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시프트업은 '승리의 여신: 니케’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지금이 상장 적기로 보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분석 플랫폼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승리의 여신: 니케'는 작년 글로벌 매출 약 4억6920만 달러(약 6000억원)를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상반기에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도 내놓을 예정이다. 작년 말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와 플레이스테이션5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게임사들도 후속작 흥행 여부에 따라 IPO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스마일게이트RPG는 대표작 ‘로스트아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 모바일 MMORGP ‘로스트아크 모바일’을 준비하고 있다.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게임이다.
라이온하트스튜디오는 기존 흥행작 ‘오딘: 발할라라이징’에 추가로 신작 게임 3종을 개발해 글로벌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라인게임즈는 대표작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개발한 자회사 모티프, ‘창세기전:회색의 잔영’ 개발사 레그 등에 각각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IPO를 준비하는 게임 개발사가 히트작 하나에 의존하면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성과가 나거나 연이은 흥행작을 만드는 개발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