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하마스 2인자를 제거하기 위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타격하는 한편 홍해에선 미국 등 다국적군이 이란과 대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이 올라 안정세를 찾아가던 국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헤즈볼라, 베이루트 공격에 반발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드론으로 베이루트 외곽의 하마스 시설을 공격해 하마스 정치국 2인자인 살레흐 알아루리 등 최소 7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이번 공격으로 중동에는 확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IDF가 5개 여단을 가자지구에서 철수시키는 등 가자지구 분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IDF가 레바논 본토를 공격하면서 이란과 그 지원을 받는 세력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알아루리 암살은 대응 또는 처벌 없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시온주의자(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민족주의 운동) 정권이 테러와 범죄에 기반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간헐적인 전투를 외교로 해결하려던 미국의 노력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공격 강도가 높아지면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레바논 국경지역에서 헤즈볼라 병력을 철수시키기 위한 협상을 해왔으나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당시 이란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이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해에서 이란·美해군 대치
홍해에서도 이란이 미국 등 다국적군과 대치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공격을 거듭하면서 홍해 운송망 위기도 장기화할 전망이다.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지난 1일 “추가 공지가 있기 전까지 홍해와 아덴만 항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사 소속 머스크 항저우호가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자 48시간 동안 홍해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힌 뒤 하루 만에 무기한 운항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세계 5위 해운사 독일 하파그로이드도 오는 9일까지 홍해 운항을 중단하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운항한다고 밝혔다.
머스크 항저우가 공격당하자 미 해군은 곧바로 항공모함 아이젠하워호와 구축함 그래블리호를 동원해 후티 반군을 공격했다. 반군 선박 4척 중 3척이 침몰했다. 다음날 이란은 구축함 알보르즈호를 홍해에 투입하며 맞불을 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르면 3일 회의를 소집해 홍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해 지역의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해상 운임이 급속히 치솟고 있다. 해운 플랫폼 프레이토스에 따르면 40피트 컨테이너를 중국 상하이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보내는 비용은 지난달 중순 1800달러에서 이번 주 2400달러로 33% 급등했다.
무역 데이터 제공업체 케이플러는 홍해 항로를 우회하는 선박이 지난주 55척에서 이번 주 124척으로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영향을 받은 무역 규모는 2250억달러(약 293조원)로 추산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