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미국 장기채 주목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핵심 키워드로 ‘자산 배분’을 꼽았다. 원금 손실이 부담스러운 안정형 투자자라면 전체 자산 중 절반 이상을 정기예금과 장기 우량 채권 등에 골고루 분산하라고 조언했다. 꾸준한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들로 포트폴리오를 꾸린 뒤 시장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와 선진국 반도체 등 유망한 기술주를 담으면서 시장 분위기를 확인하라는 뜻이다.은행권 정기예금에 가입할 땐 만기 1년과 6개월짜리 상품을 섞는 게 좋다. 통상 금리가 가장 높은 만기 1년짜리 상품에 예금 투자금의 절반을 맡겨 금리 하락기에 대비하고, 나머지 절반은 만기가 짧은 단기 상품에 넣어 자금을 유동적으로 관리하라는 얘기다.
만기 1년 기준 은행 예금 중 이자율이 연 3%대 후반에서 4%대로 높은 상품은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에 몰려 있다.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과 대구은행 ‘DGB함께예금’의 최고 금리가 연 4.05%로 가장 높고 이어 부산은행 ‘더 레벨업 정기예금’이 연 4%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우대 조건 없이 연 3.9%, 연 3.85% 이자를 준다. 김대수 신한 PWM 여의도센터 팀장은 “금리 하락기를 맞아 시장을 관망하는 단기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만기 3~6개월 예금금리가 1년 만기 예금보다 높은 경우가 늘고 있다”며 “단기 상품으로 자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했다.
안정성이 높은 장기물 국채와 우량 회사채 등 채권 투자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올라 수익을 낼 수 있다.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 3.8%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만 해도 연 4.93% 선이었는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두 달 만에 1%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채권 중에서도 만기 3년 이상 미국 국채를 분할 매수하라고 조언했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금리 하락 전환을 앞둔 지금이 채권 투자에 적기”라며 “한 번에 투자하기보다는 여러 차례 나눠 사야 변동성에 대비하기 쉽다”고 했다.
원금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투자 수익을 적극 내고 싶다면 국내외 주식 비중을 높이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공격형 투자자여도 한두 개 주식에 ‘올인’하지 말고 여러 주식을 소액 분할 매수하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혜진 하나은행 도곡PB센터 부장은 “미국이 올해 0.25%포인트씩 세 번에 걸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인하 시점이 올 때마다 시장 반응을 보며 3~4회에 나눠 사는 것이 좋다”고 했다.
기술주·유망주 잡아라
당장 투자하지 않더라도 반도체와 배터리, 정보기술(IT) 등 유망 주식을 꾸준히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상반기에는 수출 회복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큰 자동차, 기계 산업 관련 주식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불확실성이 있는 하반기보다는 상반기에 주식 비중을 늘리길 권한다”고 했다.헬스케어·메디컬 산업도 유망 분야로 꼽혔다. 황유현 신한금융투자 PWM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헬스케어 종목 중에서는 셀트리온이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라며 “오랜 시간 주식 매수세가 낮았지만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금리 하락이 본격화하면 수급이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2차전지 등 배터리 분야 관련 주식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투자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도 있었지만, 실적 등 성과를 지켜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채대철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삼성동4센터장은 “실제 수익보다는 산업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아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금리가 하락하고 미국 환율이 안정화하면 금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금 투자를 제안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통상 달러 가치와 금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 상승으로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이자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은행 예·적금 등 금융 상품 수요가 늘어난다. 금리가 하락해 달러가 약세 전환하면 달러와 대체 관계에 있는 금 가격은 오른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투자 비중은 포트폴리오의 10% 내외다.
금에 투자하려면 실물 금인 골드바를 구매하거나 금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심 부장은 “안전 자산을 가져간다는 관점에서 금 투자도 포트폴리오에 담아둘 만하다”고 했다.
이소현/전효성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