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워케이션 거점 공간이 생긴 지 10개월 만에 기업 회원 1500곳, 개인 회원 2500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관광과 문화 콘텐츠의 결합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27일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동구 아스티호텔에 문을 연 워케이션 거점 공간에 구글코리아 등 국내외 기업 1507곳이 회원 가입을 했다. 개인 회원은 2509명으로 집계됐다. 주로 빅테크 기업과 플랫폼 기업 등이 이곳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케이션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최근 10개월간 부산에서 5박 이상 숙박한 회원 4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곳을 찾은 직장인 1인당 평균 103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직접 소비 효과는 4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생활인구도 768명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창조혁신센터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워케이션 운영이 부산 지역에 미치는 투자 유발 효과는 17억3000만원, 신규 고용은 45명, 생산 유발 효과는 41억9000만원으로 추산했다.
워케이션 공간을 중심으로 지역 관광·문화 콘텐츠 관련 기업들의 협업이 긴밀해지면서 워케이션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 등록한 워케이션 파트너사 15곳은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스타트업 협업공간과 힐링서프(서핑), 베러먼데이(커피), 간삼생활디자인(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등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공간만 53곳에 달한다. 업무를 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관광·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부산시는 ‘디지털 전환을 활용한 업무 몰입도의 극대화’를 비전으로 내걸고 워케이션 활성화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부산 영도구에 업무 몰입도 향상에 초점을 둔 워케이션 위성센터 두 곳을 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각 위성센터는 문화복합센터를 보유한 지역 기업 두 곳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 같은 전략을 통해 본사 업무 못지않은 효율성을 이끌어내 기업들이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부산에 지사를 설립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실제로 수도권의 한 벤처캐피털(VC)은 부산의 한 워케이션 거점센터에 둔 공유오피스를 지사로 등록해 지역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이 기업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부산 스타트업 대표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김용우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가장 많이 방문한 사람은 32회이며, 연간 160일 이상을 워케이션을 활용해 부산에 체류한 사례도 있다”며 “관광과 문화 콘텐츠 등 부산이 보유한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워케이션 규모와 다양성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