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를 학부에서 가르치면 뭐합니까.”(박진수 대표)
지난 22일 열린 좌담회에서는 국내 대학 교육을 향한 엔젤식스플러스 공동대표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각 대학이 창업 생태계 현실에 맞게 제로베이스에서 학과 재편 등 자체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내 일부 대학은 2차전지나 반도체, 배터리 같은 분야를 계약학과로 두고 대기업 취업과 연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를 두고 “학부에서는 수학, 물리, 화학 같은 순수 학문을 가르쳐야 하는데 지금은 너무 디테일에만 치중돼 있다”며 “폭넓게 학문적 기반을 잘 다져놓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의 대학 교육이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만 양산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정 산업 분야 교육을 이른 시기부터 시키는 게 거꾸로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얘기다. 유진녕 대표는 “반도체 가치사슬을 들여다보면 기계공학부터 화학, 금속공학까지 다양한 전공을 배운 사람이 필요하다”며 “반도체학과 공부만 한 사람이 다른 산업 영역으로 가면 ‘불구자’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박 겉핥기식으로 공부해 어느 하나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만 모아두고는 혁신이 생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6명의 공동대표는 ‘의대 열풍’의 근본적 원인이 임금 격차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공대생 출신 연구원, 스타트업 업계 종사자가 의사만큼의 연봉을 받는 경우가 적다는 게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우종 대표는 “2억, 3억원의 연봉을 받는 스타트업 종사자의 성공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국내 스타트업들이 ‘마켓 핏’(시장이 원하는 상품)을 잘 찾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술을 갖추고 있어도 시장과 연결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진단이다. 제2의 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 스타트업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창업생태계의 주력인 MZ세대의 개인 역량은 이미 충분하다는 데 동의했다. 신문범 대표는 “과거엔 국가 경쟁력이 곧 기업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반대로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사람이 지닌 ‘끈기’ ‘깡다구’ ‘캔 두 스피릿’ 같은 기질을 계속 살려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큰 기업이 스타트업의 성공을 지원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국적인 창업 경진대회를 열고, 여기서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를 ‘오픈’하는 순간 특허처럼 고유 번호를 붙여주면 된다”며 “기업들이 이들의 아이디어를 채택하면 끝까지 상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리더십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유 대표는 “회사의 성패는 기술 개발이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데 있다”며 “좋은 직원들이 퇴사하는 바람에 회사가 망하는 사례가 많은데 결국 대표가 어떤 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지가 훨씬 중요한 세상이 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