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를 보고 싶으면 선전(深)으로 가라.” 중국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선전 경제특구’라는 이름에서 보듯 선전은 중국의 미래를 이끄는 도시다. 1970년 말 중국이 시장 경제를 처음 도입한 곳이 선전이다. 그 후 지금까지 중국의 신기술과 새로운 정책이 이곳에서 가장 먼저 적용됐다.
선전은 한마디로 중국의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곳이다. 그래서 그 경제 위상도 남다르다. 선전의 국내총생산(GDP)은 인접한 홍콩을 추월한 지 이미 오래다. 중국 최초 혁신창업시범구 선전 남산(南山)구의 1인당 GDP는 지난해 기준 6만1318달러다. 여느 유럽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필자는 올해 초 선전에 왔다. 7년 전 선전 인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도착하자마자 그간 변화에 놀랐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은 변화는 ‘세 가지’가 사라진 것이다. 예전의 일상에서 눈으로 보고 만졌던 것들이 없어졌다. 7년 전 구호처럼 외쳤던 기술이 이미 일상에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
첫째, 현금이 사라졌다. 중국에서 1년 살면서 현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여기선 스마트폰에 표시된 디지털 숫자만이 돈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결제가 이뤄진다. 거지조차 스마트폰 QR코드로 구걸하는 세상이다. 요즘엔 안면인식으로 결제가 많이 이뤄진다. 상점 출구에서 상품만 손에 들고 카메라를 보고 나가면 된다.
선전은 지금 핀테크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핀테크 시장을 이끌어 가는 중국 시총 1위 기업 텐센트가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선전시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 등으로 전국의 핀테크 스타트업이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이곳 선전에서 마음껏 자신의 새로운 핀테크 기술을 뽐내고 있다.
둘째, 매연이 없어졌다. 자동차 엔진 소음도 사라졌다. 서울 세 배 크기의 선전은 전동 도시가 됐다. 4만3000대의 버스와 택시 대중교통은 모두 전기차로 탈바꿈했다. 오토바이 등 거리의 모든 탈 것도 전기로 구동한다. 충전 인프라가 도시 곳곳에서 실핏줄처럼 연결돼 배터리 충전도 편리하다.
최근 선전에서 뜨거운 키워드 역시 배터리다. 중국 리튬배터리 제조의 절반 이상을 선전이 차지한다. 배터리 소재부터 제조, 장비, 재활용에 이르는 다양한 기업이 포진해 있다. 요즘 배터리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국 전기차 1위 기업 BYD(비야디)도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셋째, 냉장고가 사라지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냉장고 크기가 작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지 신선 제품을 주문하면 30분 내 문 앞까지 배송되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채소, 해산물, 고기를 미리 사둘 필요가 없어졌다.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양만큼 식품을 사는 게 여기의 생활방식이다.
“미래는 이미 여기 와 있다. 골고루 퍼지지 않을 뿐이다.”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중국의 미래는 이미 선전에 와 있다. 선전에서 성공한 모델은 서서히 중국 전역으로 퍼진다. 이곳 선전에서 많은 국내외 기업인은 사라지는 것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기회를 찾아내고 있다. 중국의 미래를 미리 엿보고 싶다면 선전에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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