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신부님, 웃으세요. 김치! 참치! 꽁치!”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신예식장. 주례석에 들어선 사람을 보자 신랑 신부와 하객들은 탄성을 질렀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깜짝 주례’(사진)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신예식장은 창업주인 백낙삼 대표가 지난 4월 별세할 때까지 55년간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1만4000여쌍에게 무료 예식을 치러준 곳으로 유명하다. 아들인 백남문 씨가 2대 대표를 맡아 고인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한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백 대표가 떠나신 뒤 부인과 아드님이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나면 작은 힘이라도 꼭 보태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성탄절 이브인 오늘 인연이 닿았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신신예식장은 고단하게 사느라 웨딩드레스 입은 사진 한 장 없이 반백이 되신 분들이 애틋한 꿈을 이루는 곳으로, 돌아가신 백 대표님께서는 그 꿈을 이뤄주는 데 평생을 바쳤다”고 소개했다.
한 총리는 여러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26년간 함께 살다가 이날 신신예식장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주례를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가 혹시 부담을 느낄까 봐 한 총리가 주례를 본다는 사실을 당사자와 그 가족들에게도 미리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 총리가 예식 전에 도착해 “오늘 주례를 맡게 됐다”고 인사하자 부부는 물론 온 가족이 깜짝 놀라며 기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주례사에서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자식들 반듯하게 키우며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오셨으니 충분히 자부심 가질 만하다”며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서로 의지하며 희끗희끗한 머리가 마저 파 뿌리 되도록 해로하시라”고 말했다.
백 대표가 생전 무료 결혼식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면 외치던 “신랑 신부님, 웃으세요. 김치! 참치! 꽁치!”라는 구호를 한 총리가 외치자 결혼식장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총리는 주례를 마치고 예식장을 떠나면서는 백 대표의 부인 최필순 여사와 아들인 백남문 현 대표에게 “부친의 뜻을 이어줘 고맙다”며 격려했다.
박상용 기자/창원=김해연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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