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가 글로벌 연 매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넘어서는 첫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권을 보유한 존슨앤드존슨이 미국과 유럽에 허가 신청을 하면서다.
존슨앤드존슨 제약부문 자회사 얀센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렉라자·리브레반트 병용요법의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이중항체 치료제 리브레반트를 보유한 얀센은 2018년 유한양행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권을 확보한 뒤 특정 돌연변이(EGFR) 비소세포 폐암 1차 치료제로 개발해왔다. 허가 신청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내년 말이나 2025년께 미국과 유럽에 출시하겠다던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얀센으로부터 최대 12억5500만달러의 기술 수출 금액 중 1억5000만달러를 수령했다. 렉라자를 활용한 임상 3상시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데다 시판 허가 절차까지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11억달러에 이르는 추가 기술료 수령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이 진입을 앞둔 폐암 1차 치료제 시장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선점하고 있다. 타그리소의 지난해 연매출은 54억달러다. 존슨앤드존슨은 렉라자·리브레반트가 이 시장에 진입해 연 50억달러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업계에선 렉라자 단일 품목이 연간 10억달러어치 넘게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선 유한양행이 렉라자만 활용해 폐암 1차 치료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내년 1월부터 타그리소와 나란히 건강보험 시장에 진입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이들 치료제는 다른 약을 쓴 뒤 약효가 없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2차 치료제였다.
폐암 환자가 1차 치료제로 이들 약을 복용하는 데 드는 하루 보험약가는 렉라자 19만110원, 타그리소 19만123원으로 비슷하다. 일선 의료진의 약물 활용도에 따라 시장성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한양행은 건강보험 적용 전까지 렉라자를 무료 제공하는 조기공급프로그램(EAP)을 가동하는 등 환자들의 약값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전국에서 870여 명의 환자가 EAP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약이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시장에 진입하면 500억원 정도인 국내 시장 규모가 3000억~6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업계에선 평가했다. 지난해 161억원이던 렉라자 국내 연매출은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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