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올해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백화점 단일 점포 연매출이 3조원을 넘긴 것은 국내 최초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다. 소비 둔화에도 불구하고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명품 라인업에 2030세대를 정조준한 상품기획(MD)을 더해 새로운 소비층을 적극적으로 유치한 결과란 게 신세계 측 설명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의 올해 영업면적 3.3㎡당 매출이 1억800만원으로 누적 3조원을 기록했다고 21일 발표했다. 2019년 국내 최초로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한 지 4년 만이다. 2000년 문을 연 신세계 강남점은 개점 10년 만인 2010년 최단기간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국내 백화점 최초로 연매출 2조원, 3조원을 모두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연매출 3조원’ 백화점 점포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엔 영국 런던 해러즈백화점(약 3조6400억원), 일본 도쿄 이세탄백화점 신주쿠점(3조1600억원)이 있었다.
강남점은 지난해부터 기존의 주타깃인 명품 소비층 이외에 새로운 소비층을 발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8월 5층에 뉴 컨템포러리 전문관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 2월 7층에 골프 전문관 △7월 신관 8층 프리미엄 스포츠 전문관 △9월 본관 8층 영패션 전문관 순으로 쉴 새 없이 리뉴얼을 이어갔다.
리뉴얼의 타깃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그 결과 올해 스트리트 캐주얼(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 94.6%), 스포츠·아웃도어(51.6%) 등의 매출이 크게 불어났다. 2030세대는 전체 구매객 중 40%를 차지하며 강남점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이런 전략의 배경엔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업(業)의 본질’을 강조해온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사진)의 경영 철학이 있다. 신세계 강남점은 단기 매출 증대 효과가 큰 할인 매대를 늘리기보다 차별화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었다. 팝업 전용 공간 ‘더 스테이지’가 대표적이다. 올해 더 스테이지에서 열린 각종 팝업스토어 매출만 총 200억원에 달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년에도 대대적인 강남점 리뉴얼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1만9800㎡ 규모로 재탄생하는 식품관이 핵심이다. 강남점 식품관 리뉴얼은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2021년 철수한 신세계면세점 자리를 포함해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강남점의 국내 최초 단일 점포 매출 3조원 달성은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얻어낸 결실”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백화점으로서 고객의 삶에 쇼핑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또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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