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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13개를 ‘잠정적 수출 통제’ 대상 명단에 추가했다. 대부분이 기술 기업이다.
미국 정부는 19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13개 중국 기업을 ‘미검증 기관 명단(Unverified List·수출 통제 우려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반도체 장비 기업 PNC 시스템, 전자제품 부품회사 셍보 시에퉁 테크놀로지와 플렉서스 등 기술기업이 10개 포함됐다.
미검증 기관 명단 등재는 블랙리스트인 수출 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리기 직전 단계다. 미검증 기관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에 미국 기업이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술과 물품이 오가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한 추가 실사나 면허 발급 신청이 이뤄져야 한다. 명단에서 빠지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들에 대한 미국 관리들의 현장 조사가 필요하지만, 이는 중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미국의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13개 기업은 60일 뒤 수출통제 블랙리스트에 포함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이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류펑위 위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해당 조치 이후 성명에서 “미국이 자신들만의 국가안보 개념을 보편적인 것으로 일반화해 특정 중국 기업들에 대해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과 관련해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 통신 장비업체 화웨이가 지난 8월에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반도체가 들어간 스마트폰 ‘메이트 프로 60’을 출시하면서 미국 정부는 더욱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첨단 반도체’의 기준으로 꼽히는 7나노미터 반도체가 들어간 해당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업계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기술 개발의 돌파구를 만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1나노미터는 반도체 회로 선폭의 길이를 의미하며, 이 선폭이 작을수록 정보처리 속도는 빨라진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11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시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19년 5월부터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과 관련 기술 이전을 금지해 왔다. 화웨이와 같은 기업들이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돼 있어 미국의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10월에는 고성능 첨단 반도체뿐만 아니라 중국의 AI 발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저사양 반도체도 수출을 통제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