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직원 A씨는 집에서 넘어져 다쳤는데도 병원 관계자에게 산업재해로 처리해달라고 부탁해 요양급여 5000만원을 수령했다. 척수 손상으로 하반신 완전마비 판정을 받고 산재 보험금을 타온 B씨는 혼자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는 모습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산재보험제도 특정감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부정수급 사례가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월 1일부터 한 달간 이뤄진 이번 감사에서는 조사가 완료된 178건(55.6%) 중 117건이 부정 수급 사례로 밝혀졌다. 적발된 금액은 60억3100만원에 달했다. 고용부는 부정 수급자들을 형사 고발하고 부정 수급액의 두 배를 징수하기로 했다.
이번 감사는 10월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장기 요양환자 관리 시스템이 일명 ‘나이롱 환자’를 양성하는 ‘산재 카르텔’로 변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뤄졌다. 감사 결과 지난해 기준 6개월 이상 요양 환자가 전체 산재 환자의 47.6%에 달했다. 1년 이상 요양한 산재 환자도 29.5%였다. 특히 근로복지공단 진료계획서 연장 승인율은 99%에 달해 사실상 공단이 산재 환자의 장기 요양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재 근로자가 요양 기간을 늘리려면 주치의가 진료계획서를 작성해 공단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높은 수준의 업무상 질병 보상액이 산재 신청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업무상 질병 보상액은 평균 2280만원으로 일반 사고 보상액(1520만원)의 1.5배에 달했다. 전체 산재 승인 건수는 2018년 10만4901건에서 2022년 13만5983건으로 4년 만에 29.6% 치솟았다. 산재를 승인받기 위해 20~30개 상병을 한꺼번에 신청하는 등 산재 신청이 과도하게 늘어난 정황도 확인됐다.
고용부는 일부 근골격계 질환에 적용되는 산재 추정의 원칙도 점검할 방침이다. 산재 추정의 원칙은 산재 발생 시 작업 기간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별도의 조사 절차 없이 산재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당초 11월 한 달로 예정돼 있던 감사 기간도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병원에서 합리적 기준 없이 요양 기간을 장기로 설정하고 승인권자인 근로복지공단도 느슨하게 관리했다”며 “산재 카르텔 가능성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