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서방 선진국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흥국 경제가 올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반면 ‘세계의 공장’ 지위가 위태로워지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중국 증시는 부진하다. 신흥국 투자를 표방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올해 수익률이 중국 투자 여부에 따라 크게 갈리는 이유다.
○중국에 희비 엇갈린 신흥국 펀드
중국 주식에도 투자하는 신흥국 ETF의 올해 수익률은 대체로 한 자릿수로 미진하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신흥국 ETF 가운데 운용자산(AUM)이 720억달러로 가장 큰 ‘뱅가드 신흥국 ETF(티커 VWO)’ 주가는 올해 들어 19일(현지시간)까지 3.8% 상승하는 데 그쳤다. AUM 167억달러로 역시 중국 주식을 담는 ‘아이셰어즈 MSCI 신흥국 ETF(EEM)’의 같은 기간 상승률도 6.3%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첨단기술 등과 관련해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공급망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중국 자체의 성장 동력도 약해졌다. 중국 경제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했고,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불거졌다. 주요 투자회사가 중국 투자 비중을 줄이면서 중국 주식·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도 가속했다. 올해 들어 19일까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5.9% 하락했다.
그 결과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에 투자하는 ETF의 수익률이 양호했다. ‘아이셰어즈 MSCI 중국 제외 신흥시장 ETF(EMXC)’가 대표적이다. EMXC는 올 들어 19일까지 14.3% 올랐다. ‘컬럼비아 중국 제외 신흥시장 ETF(XCEM)’의 수익률도 같은 기간 14.9%였다. AUM 6억달러인 XCEM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신흥국 주식에 자산의 55%를 투자한다. 대만이 25.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한국이 15.2%로 뒤를 잇고 있다. ‘프리덤 100 신흥국 ETF(FRDM)’도 같은 기간 18.1% 상승하며 순항 중이다.
미·중 갈등의 여파를 최소화하면서 신흥국에 투자하는 ETF도 등장했다. 지난 7일 나스닥시장에 ‘국가 안보 신흥시장 ETF(NSI)’가 상장했다. NSI는 지수산출업체 알레리안의 국가 안보 신흥시장 지수를 추종한다. 이 지수는 미국 정부의 규제 가능성, 우려 위험 국가와의 연관성, 전략적 위협 대상 등 안보 문제와 관련한 아홉 가지 위험 요소를 종합 평가한 다음 위험도가 높은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해 산출한다. NSI는 상장 이후 19일까지 6.4% 올랐다.
ETF 분석업체인 ETF닷컴은 “지난해부터 지정학적 위험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투자를 다각화하는 펀드매니저가 늘어났다”며 “침체 우려가 있는 중국 대신 신흥국으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신흥국 채권도 순항 중
중국 제조업이 둔화하면 신흥국 경제에는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흥국 채권 시장이 내년에 반등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미국 중앙은행(Fed) 등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장 유동성이 확대돼 고위험 자산인 신흥국 채권 투자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뱅가드 신흥국 국채 ETF(VWOB)’는 올해 들어 19일까지 4.8% 올랐다. ‘반에크 JP모간 신흥국 채권 ETF(EMLC)’의 같은 기간 상승률은 5.2%였다. 다만 신흥국 채권에 투자할 때 환율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