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큼 우리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관심을 가진 적이 또 있었나 싶다. 미국의 물가는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결정에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고, 미국의 금리는 환율 변화 등을 포함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물가 지표는 소비자물가지수지만 더불어 관심을 둬야 하는 또 하나의 지표로 근원소비자물가지수가 있다.
석유 가격이 세계적으로 급등하던 1973년 당시 Fed 의장인 아서 번스는 통화량과 무관한 일시적 유가 상승으로 통화정책이 부적절한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단기간에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번스가 이때 고안했다.
근원물가지수는 장마, 폭염 등 계절 요인이나 국제 유가와 같은 외부 요인 등 일시적 공급 충격에 따른 변동을 제외하고 작성한 지수다. 체감물가와 괴리가 커질 수 있지만 물가의 장기적 추세를 잘 반영하며, 기초 경제 여건으로 결정되는 물가지수라고 할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가장 전통적인 근원물가 도출 방법은 신선고기, 채소, 과일, 에너지 등과 같이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하는 것이다. 제외 품목은 각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99년 근원물가지수 기준 방식으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를 도입했으며, 미국과 일본도 해당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근원물가지수로 2000년 개발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와 2011년 개발한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를 공표하고 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 458개 품목 중 농산물(곡물 제외), 도시가스, 석유류 관련 57개 품목을 제외한 401개 품목으로 작성한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식료품 관련 140개 품목과 에너지 관련 9개 품목을 제외한 309개 품목으로 작성한다.
두 지수는 제외 품목 수가 다르기 때문에 지수 수준 및 등락률에 차이가 발생한다. 통계청은 이용자가 필요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순서대로 보도자료에 수록하고 있다. 둘 중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국제 비교가 용이하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 등에서 근원인플레이션 지표로 활용한다. 최근 통계청은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를 먼저 수록하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 올해 12월 소비자물가동향 보도자료부터 이를 반영해 발표할 예정이다.
물가는 경제정책, 금융시장, 연금 지급액 조정 등 우리 생활 전반에 활용되며 가계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물가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와 함께 근원물가지수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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