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판요? 무조건 싼 것보단 전자파가 덜 나오는 제품인지 확인하고 사야죠."
26일 서울역 인근 대형마트에서 전기장판을 고르던 주부 A씨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하필 집에서 쓰던 전기장판이 고장이 나 급하게 사러 나왔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추위가 심해지면서 전기매트(장판)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검색량 지표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전기장판·전기매트·온수매트·카본매트·탄소매트 등 온열매트 관련 검색량 지수는 지난 18일 73을 기록, 가장 낮았던 9일(28) 대비 160.7% 증가했다. 이 지표는 1개월 이내 가장 검색량이 많은 날을 100으로 놓고 상대적 추이를 나타낸다.
온라인상 전기장판 광고가 가운데는 "전자파가 없다"고 강조한 제품이 상당수다. 특히 기존 제품 대비 전자파 발생량을 줄였다는 탄소매트, 카본매트 구매 창에서 이러한 광고 문구가 자주 보였다.
광고 문구 탓에 소비자 입장에선 전자파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해당 업체들에 문의해보면 대부분 "전자파 차폐 기술을 활용해 시험기관 인증을 받았다는 의미"라고 안내했다. 국립전파연구원의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충족하거나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을 통해 전자기장 환경인증(EMF)을 받은 제품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엄밀히 따지면 해당 인증은 전자파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전기매트 국가통합인증마크(KC)를 발급하는 국립전파연구원은 "KC 인증은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인체보호 기준치 보다 낮게 발생한다는 의미"라며 "2017년 7월부터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전기매트는 제품 제조·수입·판매 전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시험하고 있다. 기준치를 통과해야만 판매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관계자 역시 "EMF 인증은 전자파 발생량이 일정 기준 이하로 나온다는 의미다. 전자파가 아예 없다는 뜻이 아니다"라면서 "기본적으로 전기매트에선 전자파가 무조건 나오게 돼 있다"고 부연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다수 안전성 인증 전기매트가 전자파를 두려워하는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전자파가 없다'는 문구를 삽입, 마치 기술적으로 차별성 있는 제품인 것처럼 홍보하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혼선을 빚는 이유다. 포털사이트에선 "전자파 없는 전기매트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과 "전자파 없는 제품으로 샀는데 그래도 전기가 흐르는 것 같다" 등 의구심을 표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전기매트 온라인 판매와 관련된 별도 가이드라인은 없다. '전자파 없는' 등 문구 사용 시 관련법 위반 여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표시광고법이나 허위광고법상에서 전기매트와 관련된 기준은 아직 없다"면서 "통상적으로 민원이 다수 접수되면 해당 품목 광고에 대한 진위를 파악해 사후적으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제품 인증에 대해 소비자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돼 있다면 정보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특히 전자파 인증처럼 판단에 전문 지식이 필요한 요소들은 소비자 이해도를 고려해 구매 전 관련 내용을 친절하고 쉽게 파악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