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음식료)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대표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가 있다. 이름하여 ‘난로회’. 최정윤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헤드셰프를 주축으로 시작했던 난로회는 2년도 안돼 외식·식품·유통·마케팅 등 각계 전문가 250여명이 뭉친 대규모 클럽이 됐다.
이들의 공통 분모는 한식이다. 난로회를 중심으로 “K푸드 세계화의 골든타임을 놓지지 않기 위해선 한식 인프라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F&B 전문가 250명 뭉친 난로회
18일 서울 중구 샘표 본사에서 만난 최 셰프는 “한식이 세계 시장에서 반짝 유행이 아닌 주류로 자리잡기 위해선 집단지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가 2022년 2월 난로회를 만든 이유다. 모임의 이름은 조선시대 화로에 둘러앉아 고기를 먹었던 모임을 뜻하는 난로회(煖爐會)에서 땄다. 박지원, 정약용 등 18세기 실학자들이 난로회를 즐기기도 했다.난로회에는 '줄서서 먹는 고깃집'으로 알려진 몽탄의 조준모 대표와 금돼지식당 박수경 대표, 11개 외식브랜드 운영하는 한충희 금토일샴페인빠 대표 등 외식업계 유명 인사들 뿐 아니라 미쉐린 2스타를 받은 맨하튼 아토믹스의 박정현·박정은 대표, ‘한식의 대모’ 조희숙 한식공간 대표, 뉴욕타임즈가 최고요리에 선정한 옥동식의 옥동식 셰프 등 최고의 셰프들이 속속 합류했다. 비비고 담당임원인 김숙진 CJ제일제당 리더, 노티드를 운영하는 이준범 GFFG 대표 등 F&B 기업인들도 대거 들어왔다.
난로회는 ‘풍류를 즐기는 지성인들의 모임’을 표방하지만, 단순한 사교모임은 아니다. 그동안 32회의 모임을 통해 100년가는 식당 비결, 브랜드 마케팅 방법 등 식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보를 교환하고 전문가와 좌담을 하는 아카데미로 발전 중이다.
난로회의 영향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내년 3월 ‘미식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시상식을 서울에 유치하는 데 힘을 실었고,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먼저 간담회를 요청해 정책적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코리안 BBQ’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그릴마스터’ 민간자격도 만들었다.
○“음식으로 국가 경쟁력 높일 수 있어”
최 셰프가 2010년 샘표에 합류할때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는 “셰프라는 직업은 세상을 바꾸고 국격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가 한식의 세계화를 같이 이뤄보자며 내민 손을 잡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조선호텔과 하얏트호텔, 정식당을 거친 소위 ‘잘 나가던’ 최 셰프가 기업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외식업계에선 ‘수치스럽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고 그는 회상했다. 하지만 2000년 초 스페인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에서의 경험이 최 셰프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최 셰프는 “스페인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따라잡기 위해 전략적으로 스페인 음식의 세계화를 추진했고 알리시아 연구소를 중심으로 변화를 일으켰다”며 “식문화와 F&B산업으로 국가 경쟁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식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인프라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최 셰프는 “한식이 오랫동안 힘을 갖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며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네트워크와 한식 산업화 밸류체인 구축, 육류 등 한식 식재료 수출도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최 셰프의 꿈은 요리사로써 우주선을 타는 것이다. 그는 "극한의 오지에서 균형잡힌 영양을 공급하기 적합한 한식을 개발하고 싶다"며 "우주라는 환경에서 요리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개발된다면 현재 지구에 일어나는 다양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