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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삼 경기도 주택도시실장 "1기 신도시 재건축 용적률 높이는 시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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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재건축은 용적률을 최대한 높여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던 ‘콘트리트 재건축’이 돼선 안됩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도시 체질을 바꾸고 주민들이 노후에 대비하는 ‘인생 재건축’이 돼야합니다.”

이계삼 도시주택실장(사진)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은 기존 아파트 재건축과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8일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자 경기도에서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사전작업에 열을 올리는 단지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1기 신도시 다섯 곳 각각에 1~2곳 씩의 ‘선도지구’로 선정할 계획인데 지정되면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 실장은 이런 재건축 단지에서 자칫 ‘아귀다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필요한 재건축’ 대신 사업이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전례를 답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총괄하게 될 김기범 도 도시재생추진단장과 함께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재건축에 대한 경기도의 밑그림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 2023년 12월 13일자 A24면 참조

고령화에 맞게 노인케어센터 등을 짓는 사업에 도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그는 “은퇴한 베이비부머가 거주지 바깥으로 내몰리지 않고, 삶을 마칠 수 있는 복지 인프라를 갖추는 게 1기 신도시 재건축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건강한 노인이 더 힘든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와 이들의 '직주락(work, live, play)'을 해결할 수 있는 단지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1기 신도시를 거대한 실버타운으로 만들자는 얘기같다'는 지적에는 "노인이 생을 마무리하는 기능을 보유한 도시로 바꾸자는 뜻이지, 노인만 몰려살자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 실장은 기술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해 경기도 건설본부장, 철도항만물류국장 등을 지냈다. 광교사업단장을 맡아 광교신도시 개발을 지휘하기도 했다. 지금도 경기도 공직자 중에서 도내 도시계획, 주택사업 등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공직자로 꼽힌다. 다음은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한 이 실장과의 문답.

▷도가 건의 한 내용 상당 부분이 국회를 통과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반영됐는데, 무엇이 핵심인가.
이 실장=기존 준비되던 특별법은 1기 신도시 다섯 곳만을 대상으로 했다. 도 건의를 통해 100만㎡ 이상 택지가 적용받도록 영역을 넓힌 게 중요하다. 경기도에선 신도시 열세 곳이 당장 해당된다. 연접한 원도심 등을 합쳐 100만㎡을 넘기면 대상이다. 원도심이 확장될 가능성도 있어, 최대한 넓은 지역이 법 적용을 받는 지구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장기적으로 도민 1400만명 중 800명만명의 주거지구가 법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는데.
이 실장=3기 신도시도 더욱 개발되고 있지 않나. 이 도시들도 20년이 지나면 적용 대상이 된다.

▷1기 신도시가 노후화한 만큼, 주민 인구도 고령화하고 있는데.
이 실장=중요한 건 유전자다. 1기 신도시는 계획도시이고, 원도심에 비해 큰 규모로, 계획적으로 개발됐다는 특징이 있다. 도시의 모습과 주민들도 호모지니어스(동질화) 경향도 강하다. 상하수도 계획이 잘 돼있고, 정책적으로도 균질화돼있다. 그래서 대응만 잘한다면 효율적으로 (인프라 노후화 등)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솔루션을 경기도 전역으로 활대할 수도 있어서다. 경기도의 경우 1400만 인구 중 약 700만명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잘 해야하는 이유다.

▷재건축 추진 시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자를 위한 '직주락' 기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기여로 일부를 받아서, 노인센터 등을 어떻게 확보하나.
이 실장=당위성을 말해보자. 이 도시는 상하수도 기능을 다 갖고 있고, 인구 대폭 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선은 이 주택 수를 늘려야 한다. 인구가 줄 것으로 예상됨에도 1인 가구가 30%를 넘어서는 등 가구 수는 늘고 있어서다. 그런데 1기 신도시는 침상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재건축 시 건물 한 동을 옆으로 지어 올려 저층부는 일자리 공간으로 기획하면 어떨까. 여기에 스마트워크 스테이션도, 식당을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모두 첫 직장에서 은퇴한 노인이 좀 더 일할 직장을 만드는 일이다.

▷식당은 왜 필요한가.
이 실장=나이가 들 수록 집에서 밥해 먹기가 귀찮아 진다. 단지가 필요로 하는 복합적 기능을 넣어주는 게 재건축의 핵심이 돼야한다. 해당 일자리에는 동네 할아버지들이 일할 수 있다. 만일 본격적 일자리 수요가 있다면 공동 기숙사를 넣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정비를 위해선 돈이 드니 캐시카우로서 고급 주택을 늘릴 필요도 있겠다.

▷직주근접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 실장=집 주변에 직장이 있으면, 교통 수요가 준다. 동네에서 걸어서 출퇴근 하면삶의 질이 올라간다. 깔아야할 교통망에 투입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1기 신도시를 노인 도시로 바꿔야한다는 말로 들린다.
이 실장=현실이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 (Aging in Place)라는 복지 용어가 있다.(자신이 살아온 집이나 지역사회에서 벗어나지 않고 여생을 보낸다는 뜻) 한국은 일본에 비해 실버타운이 적다. 고령화 시대 준비가 안돼있다. 일본 실버타운은 우리의 아파트와 비슷하게 생겼다. 뒤집어 말하면 한국은 하드웨어적으로는 이미 실버타운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아주 효율적으로 발전해 온 주거형태다. 여기에 식사를 제공하고, 돌봄이 가미되면 완전한 실버타운이다. 커뮤니티, 의료, 일자리까지 제공되면 최고의 도심 실버타운이다.

▷에이징인플레이스가 왜 중요한가.
이 실장=베이비부머는 더 나이가 들어 요양원 끌려가는 걸 무서워한다.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경제를 이끌었던 이들이 비참하게 도시 외곽의 요양원, 치매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게 아니라, 지금 사는 집에서 부부간에 의지하며고, 커뮤니티와 지역사회의 돌봄서비스를 받다 생을 마감하는 식으로 가야한다. 균형잡힌 영양식단을 섭취하면 최대한 오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핀란드의 정년은 73세다. 우리도 곧 그리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배우자가 아프면 그를 노(老)치원에 맡기며 일을 볼 수 있고, 생을 마감할 땐 홈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택안에 필요한 기능은.
이 실장=스마트 케어홈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개발로 가능해졌다. 재택입원이 가능한 인프라도 만들어져야한다. 가난할 땐 집에서 사람이 죽다가, 어느정도 성장하면 병원에서 사망한다. 선진국이 되면 다시 집에서 생을 마감한다. 우리도 집에서 죽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게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홈케어와 원격진료 규제 등이 풀려야 한다.

▷도시 인프라 개선도 중요하다.
이 실장=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중요하다. 가령 없는 주차장을 지하로 파려면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올라간다. 주민은 편해지겠지만, 현명한 일은 아니다. 주차장을 건물과 건물 사이 데크를 들어올려 L1~L3 층을 만들고, L3의 윗부분은 업무공간이나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하는 등의 묘안이 필요하다.

▷연령 믹스 방안은.
이 실장=스마트워크센터, 창업보육센터 등을 포함한 일종의 미니 테크노밸리를 단지 곳곳에 만들면 된다. 청년이 일하면서 부모가 아니라 일하는 노인세대에게 아이를 맡길 수 있고, 바로 걸어서 퇴근할 수 있다면. 청년도 이사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재건축 주민들은 용적률을 최대한 높이는 등 경제적 이익 위주로 진행돼왔다.
이 실장=주민들이 수긍할만한 공감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도시계획을 해보니, 재건축 사업에선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배아프지 않아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안돼야야 한다. 둘 사이의 균형이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출발이다. 특별정비구역 지정에 대해 도민들의 열기가 뜨거울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은 특혜지역이 된다고 봐선 곤란하다. 사실 단지별 재건축에서 할 수 있는 건 크지 않다. 병원, 노치원 정도가 들어갈 수 있겠다. 개별 단지가 갖지 못하는 근린 중심지 기능을 하려면 통합의료, 돌봄센터가 15분 거리 이내에 있어야 한다. 고밀 개발되면 돈이 나오겠지만, 다른 지역과 부족한 걸 공유할 수 있고, 공공기여도 과감히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재원이 관건일 것 같다.
이 실장=1기 신도시 재건축의 도시 재개발에선 도로를 꽂을 수 없다. 철도도 새로 놓기 힘들다. 그럴 돈으로 앞서 이야기했던 에이징인플레이스 기능을 넣고, 청년이 삶을 꾸리게 될 알토란 같은 공간을 구축해야한다. 시범사업도 이런 사업 위주로 꾸리게 될 것이다.

▷원도심 재개발도 1기 신도시 재건축만큼 시급하다.
이 실장=김동연 경기지사는 원도심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 지점은 정말 높게 평가해야할 부분이다. 이번에 도가 건의한 내용이 반영된 형태로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도 통과됐다. 원도심 도심공공주택복합 사업이 혁신구역에 있어선 건축 용적률을 500%, 700%까지 갈 수 있는 법이다. 고밀복합구역으로 개발하되, 그 수익으로 주변에 돌봄기능을 넣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 1만평 내외, 9개 가량을 추진하는 게 방침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중 정부가 가져가는 부분인 50%을 시의 원도심으로 돌리도록 건의했는데, 아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에 대해 강조할 말씀은.
이 실장=아파트를 영원히 재건축, 재건축해 살아갈 수 있는 시대, 용적률을 높이기만 하는 시대는 끝나간다. 후손들도 반 영구적으로 살 수 있는 타운을 만들어야 한다. 유럽, 특히 네덜란드를 보니 수백년된 주택이 즐비하고, 정부는 역사를 머금은 주택을 대상으로 도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도 30년 지난 동안 급속도로 성장하고, 연령구조도 바뀌었다. 100년, 500년 주택을 지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재건축이 탐욕, 아귀다툼으로 흐른다면 다 죽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고령화 준비가 소홀하다. 준비없이 겨울이 오면 못 산다. 저출생 저성장 시대가 필연적이고, 베이비부머는 더 일할 수 밖에 없다. 일하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도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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