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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병 걸린 직쏘, 다 죽어가는 '쏘우' 시리즈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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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병원을 찾은 존 크레이머(토빈 벨 분)를 비추며 시작한다. 사이코패스 살인마 ‘직쏘’로 활동하던 왕년의 악명이 무색할 정도로 늙고 병약한 모습이다. 뇌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그는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13일 개봉하는 ‘쏘우X’는 제임스 완 감독의 공포·스릴러 시리즈 ‘쏘우’의 10번째 작품이다. 2004년 개봉한 1편은 자기 신체를 훼손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독특한 게임 설정과 극한에 내몰린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주며 인기몰이했다. 기괴한 가면을 쓴 채 자전거를 탄 직쏘 인형은 여러 작품에서 패러디할 정도로 공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돌아온 것은 존의 얘기만은 아니다. 시리즈 자체가 1편 이후 이렇다 할 속편을 내놓지 못하며 간신히 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번 비슷한 플롯이 반복되는 데다 존이 죽은 뒤 그의 후계자를 자칭하는 인물이 연달아 나타나며 ‘후속을 위한 후속’ ‘단순한 고어 쇼’ 등으로 혹평받았다.

이번 속편은 1편과 2편 사이의 줄거리를 다루며 초심으로 돌아갔다. 세계적으로 1억7000만달러 넘게 벌어들이며 1편의 수익(1억3900만달러)을 넘어섰다. ‘원조 직쏘’ 존과 조수 아만다(쇼니 스미스 분) 등 반가운 얼굴들이 극을 이끌며 오랜 팬들의 기대가 커진 덕분이다.

직쏘는 일종의 ‘다크 히어로’다. 개인적 복수심이 아니라 나름의 정의관을 갖고 범죄자를 심판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격언처럼 도둑질을 일삼은 자는 손버릇의 원흉이 된 손가락을 희생해야 하는 식이다. 시험대에 오른 이들은 ‘기적의 치료법’을 선전하는 암 전문 의료진이다. 존은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이들을 찾지만 이내 전부 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당을 차례로 납치한 존은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시리즈를 상징하는 “게임을 시작하지”라는 대사와 함께 목숨을 건 게임이 펼쳐진다.

“너희는 죽어가는 사람들한테 유일하게 남은 ‘희망’을 약속했다. 이건 보복이 아니라 너희의 각성을 위한 것이다.”

잔혹성의 수위도 전작에 비해 높다. 비위가 좋은 관객이라도 일부 장면은 눈을 질끈 감고 봐야 할 정도다. 특이한 점은 게임 참가자 중 한 사람이 직쏘를 능가하는 사이코패스라는 것이다. 그가 혼자 살아남기 위해 벌인 행동으로 인해 게임은 당초 존의 설계보다 잔인하게 흘러간다.

오랜 팬이라면 만족할 만한 속편이지만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은 흐름을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겠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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