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못하거나 인맥이 없으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창업하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외국인 창업자들이 서로 돕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개설했습니다.”
국내 최대 외국인 스타트업 커뮤니티 서울스타트업스를 운영하는 마르타 알리나 사우스벤처스 이사(사진)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알리나 이사는 “2017년 몇 명으로 시작한 서울스타트업스는 이제 가입자가 4600명이나 된다”며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외국인 창업자부터 투자자, 예비창업자, 공공기관 관계자 등 국내외 다양한 멤버들이 모여 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출신인 알리나 이사는 정기적으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외국인 창업자와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를 연결한다. 정책 간담회와 해커톤 행사를 열고 외국인 창업생태계와 관련한 설문조사도 매년 실시한다. 그는 “외국인 창업자들이 협업하고 서로 응원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액셀러레이터(AC)인 사우스벤처스에서 일하면서 글로벌 스타트업 플랫폼인 스타트2그룹의 한국총괄도 맡고 있다. 모두 국경을 넘어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연결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유럽 스타트업을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 스타트업을 해외에 알리기도 한다.
알리나 이사는 대학생 때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다. 역동적인 한국 문화에 매력을 느껴 한국 대학원에 진학했고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에서 근무했다.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한국의 업무방식과 조직문화를 배울 수 있었죠. 야근도 많이 하고, 술도 적잖게 마셨습니다.”
그렇게 4년을 일했더니 번아웃이 왔다.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바텐더로 전직했다. “바텐더로 1년간 일하면서 스타트업업계와 인연이 닿았어요. 바에 오는 손님 중에 스타트업 대표가 많았는데 제안을 받고 글로벌 마케팅 업무를 맡기도 했죠. 한 AC에서 글로벌 프로그램을 담당할 기회가 생기면서 스타트업업계에 정식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이때 외국인 창업자들의 고충을 알게 됐다. 한국에 진출한 독일 스타트업인 이즈잇프레시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일하게 되면서 해외 스타트업의 한계를 더 뼈저리게 느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법인을 설립하는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법인 설립 후에도 투자를 받는 일이 쉽지 않았다.
“외국인 창업자에 대한 한국 투자자의 신뢰도가 굉장히 낮습니다. 해외 스타트업보다는 한국 스타트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편견이 있고요. 창업자가 언제 본국으로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죠.”
알리나 이사가 서울스타트업스를 만들어 꾸려나가는 이유다. 서울스타트업스를 통해 회사를 차렸다거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 가장 보람 있다고 했다. 그는 “커뮤니티를 개설하는 건 정부가 쉽게 못 하는 일”이라며 “한국의 선후배 문화처럼 든든하게 받쳐주는 스타트업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싶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