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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청약은 옛말"…올해 63만명 청약통장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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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가 많이 올라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차라리 신용대출을 갚는 편이 낫죠.”

서울 성북구에 사는 회사원 유모씨(38)는 최근 1순위 청약통장을 해지했다. 3년 전 서울 지역 아파트를 샀지만, 언젠가 ‘로또 청약’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유지하던 통장이었다. 그는 “와이프와 둘 다 청약통장을 깨서 신용대출 1500만원을 갚았다”고 말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부동산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는 가운데 올해 들어 63만 명가량이 청약통장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7월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세다. 원자재값과 금융비용 인상 등으로 분양가는 오르고 집값 상승 기대는 줄어들면서 청약시장 인기가 시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약통장, 16개월 연속 감소세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75만1691명으로, 작년 말(2638만1295명)에 비해 62만9604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7월 처음 증가세가 꺾인 이후 16개월 연속 감소세다.

청약통장이 무주택자가 시세보다 싼 값에 새집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009년 출시된 이후 꾸준히 늘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선 분양가 상한제와 고분양가 심사제 등으로 직접적으로 분양가를 억누르면서 가입자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당첨만 되면 시세 차익을 수억원씩 누리는 ‘로또 청약’ 열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작년 6월 2703만1911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가입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건 작년 하반기 금리 상승과 원자재값 인상 등이 본격화하면서부터다. 분양가는 오르고 시세는 떨어지면서 분양가와 시세 간 차이가 크게 줄었다. 일부 지역에선 시세보다 분양가가 높은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미분양이 늘면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힘을 얻고 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인기 지역은 당첨 확률이 낮다”며 “신규 단지의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는 데다 가계 대출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개별 가구의 자금 부담이 큰 점도 청약통장 해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주택드림 통장, 구원투수 될까
정부가 내년 신설하는 ‘청년전용주택드림 청약통장’이 가입자 감소세에 제동을 걸지 관심을 끈다. 최근 당정은 역대 처음으로 청약통장과 대출을 연계하는 청년전용주택드림 청약통장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34세 이하 무주택 청년이 청약통장에 가입해 주택을 분양받으면 주택담보대출을 연 2% 저금리로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결혼·출산·다자녀 등 요건을 충족하면 추가 우대금리가 적용돼 대출금리가 더 낮아진다.

청약저축 금리도 연 4.3%에서 4.5%로 높아진다. 기존 ‘청년 우대형 주택청약 종합저축’보다 가입 요건(연 소득 3500만원→5000만원)이 완화되고, 납부 한도는 월 50만원에서 월 100만원으로 높아진다.

청년 전용 청약통장이 출시되면 한동안 젊은 세대가 청약 시장에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분양가가 대다수 청년이 부담하기엔 높은 수준인 만큼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상은 제한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사비 이슈 등으로 향후 분양가가 낮춰지긴 어려운 만큼 아무리 대출금리를 연 2%대로 낮춰도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수의 전문가는 청약통장을 해지하기보다는 유지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청약은 무주택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내 집 마련 방안”이라며 “수도권 3기 신도시 등은 미래 가치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단지가 나올 예정인 만큼 보험 차원에서 통장을 유지하는 게 좋을 수 있다”고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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