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출된 김기현 퇴진론
‘내년 총선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개 승리에 그칠 것’이라는 당내 보고서 공개로 촉발된 국민의힘 의원들의 당 지도부 비판은 이날 김 대표 퇴진 요구로 번졌다. 중진 의원들이 앞장섰다. 3선의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SNS에 “쇄신 대상 1순위는 김 대표”라며 “불출마로 부족, 사퇴만이 답”이라고 썼다. 이어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 사퇴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자신은 빼고 아랫사람만 사퇴시켰다. 패전 책임은 장수가 져야 하는데 꼬리 자르기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5선의 서병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 모양 이 꼴로 계속 간다면 국민의힘이 필패하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이제 결단할 때가 됐다”고 했다. 그는 “이대로 총선에서 대패해 윤석열 정부가 식물정부가 된다면 그땐 모든 책임을 김 대표가 지게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김 대표의 구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김 대표를 압박했다.
당 대표를 내려놓을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은 총선 험지 출마·불출마를 내세웠던 혁신위 요구를 넘어서는 것이다. 당 안팎의 혁신위가 큰 성과 없이 끝나자 김 대표가 혁신을 미룬 채 시간 끌기만 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수도권 한 의원은 “혁신위의 희생 요구를 받고도 시간을 허비했다”며 “김 대표가 계속 모른 척하면 당 대표직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까지 확대되는 불만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을 직접 겨냥한 비판도 비공개지만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당내 갈등 수습과 총선 승리를 위해 윤 대통령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여당 한 관계자는 “용퇴할 수 있는 출구를 열어주거나 ‘당근’을 제시해야 친윤(친윤석열)과 지도부 등 당 주류가 용퇴할 결단을 할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손 놓고 있어 혼란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인사도 “윤 대통령이 당 정치에 너무 관여를 안 하니 온갖 사람이 ‘윤심’을 추측하고 설레발치고 있다”며 “대통령이 나서 갈등을 조정하고 가르마를 타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선 모호한 메시지를 주로 내는 것이 윤 대통령 스타일”이라며 “김 대표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대통령의 말을 서로 다르게 해석해 주도권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최근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라며 이달 중순까지였던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목표 시점을 연말로 미루려는 움직임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정치권 인사는 “대통령이 정당 활동에 개입해서도 안 될뿐더러 현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든 그것만으로 문제를 풀 수는 없다”며 “의원들 스스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