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이달 들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의 최저금리를 연 3%대까지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는 연체대출 이자율(연 15%)만큼 높았던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최고금리를 2%포인트 넘게 내렸다. 인터넷은행들이 올해 말이 기한인 정부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규제를 이행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신용도가 높은 우량차주의 신용대출 금리가 중·저신용자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하면서 고신용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 ‘중신용대출’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921~15.0%로 책정됐다. 카카오뱅크의 중신용대출 금리는 지난달 30일(연 4.04~15.0%)까지만 해도 최저금리 기준 연 4%를 넘었는데, 이달 1일(연 3.987~15.0%) 연 3%대로 내려온 후 이날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 은행의 중신용대출 최저금리가 연 3%대에 진입한 것은 작년 5월 이후 1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5월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75%로, 지금(연 3.5%)의 절반에 그친 시기다.
케이뱅크는 최고금리를 낮추는 방법으로 중·저신용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했다.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인 ‘신용대출 플러스’ 금리는 이달 1일 연 4.16~15.0%에서 2일 연 4.15~12.78%로 바뀌었다. 최고금리가 하루 만에 2.22%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져 이날 기준으로 연 4.11~12.74%에 머물렀다.
이들 은행은 금리 인하의 이유로 최근 신용대출의 조달 원가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가 하락한 점과 상생금융 기조를 꼽았다. 하지만 실상은 정부 규제를 이행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분석이 많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5월 인터넷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로 채우도록 하는 규제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30%, 케이뱅크는 32% 이상의 신용대출을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로 채워야 한다. 2021년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정부와 약속한 목표치가 44%다. 목표 비중을 채우지 못한 인터넷은행은 향후 신사업 인가를 받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금융위는 경고했다. 케이뱅크의 지난 9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26.5%에 그쳤다. 9월 말 기준 토스뱅크 비중은 34.46%였다.
이 같은 규제로 고신용자가 중·저신용자보다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금리 역전’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는 이날 기준 연 5.333%로 중·저신용자(3.921%)보다 1.412%포인트 높다. 10월 30일(1.312%포인트)보다 역전 폭이 커졌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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