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복도에서 날 봤어.”
이탈리아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이 쓴 공상과학(SF) 소설 <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의 첫 문장이다. 주인공 미키 반스가 집에 돌아와 함께 사는 연인 나샤를 보자마자 하는 말이다. 소설의 전편(前篇)이라고 할 수 있는 <미키7>을 읽은 독자는 이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미키7>은 봉준호 감독의 연출로 내년 3월 말 개봉 예정인 영화 ‘미키17’의 원작 소설이다.
미키는 ‘익스펜더블’(소모품)로 불리는 복제 인간이다. 소설 속 미래 세계는 익스펜더블이 위험한 일을 하다가 죽으면 그의 의식과 기억을 고스란히 내려받은 복제인간을 다시 만들어낸다. 미키 뒤에 붙은 7은 복제된 횟수. 미키7은 여섯 번 죽고 일곱 번째로 복제된 미키를 뜻한다. 봉 감독은 원작의 미키보다 열 번이나 더 죽음을 경험한 복제인간을 영화 주인공으로 했다.
‘반물질의 블루스’란 부제의 <미키7> 후속작은 전작 마지막 시점에서 약 2년이 지난 뒤부터 시작된다. 척박한 얼음행성 개척단 일원으로 온 미키는 토끼를 돌보는 평범한 노동자로 지낸다. 하지만 개척단 사령관이 미키에게 반물질 폭탄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미키는 다시 위험한 여행을 떠난다. 영화로 그려진다면 어떻게 표현될 것인가 상상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다. 봉 감독이 연출한 영화의 원작에 이 후속작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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