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구 사장님, 어디 계십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무역의날 기념식 축사를 하던 도중 방청석을 향해 기업인을 호명했다. 국내 최초 수출 차량 '포니'를 수출한 이충구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일으켜세워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현대차 이충구 (전) 사장님은 1969년 입사해 최초의 수출 차량 포니를 비롯, 35종의 자동차를 개발해 우리 자동차 수출의 터전을 닦았다"고 소개했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하며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각각 '300억불 수출의 탑'과 '200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이 상은 한 회사가 자사 수출 기록을 50억달러(6조5300억원) 단위로 경신할 경우 받는다.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1년 간 310억2000만달러, 기아는 234억8000만달러 상당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두 회사가 총 545억달러(71조1225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인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수출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2년 연속 글로벌 자동차 판매 '톱3'가 유력하다.
현대차와 기아가 이 기간 기록한 수출액은 지난해 국가 전체 수출액(6836억달러)의 8%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2161조원의 3.3% 규모, 올해 국가 예산인 638조7000억원의 11.1%, 올해 국세 수입 341조4000억원의 20.9%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 4170억8000만달러의 13%로 외화 보유고 확대에도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 물류, 서비스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자동차 산업의 전후방 연관 효과를 감안했을 때 의미는 더 크다. 현대차·기아가 500억달러를 웃도는 수출을 기록한 것에는 임직원뿐 아니라 부품 협력사들을 비롯한 국내외 파트너들의 노력도 있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자동차산업은 무역수지에서도 역대급 흑자를 기록하며 국내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자동차 품목 무역흑자 규모는 447억달러로, 국내 전 품목 중 '무역흑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추세를 이어갈 경우 연간 기준으로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1위가 된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 중 하나였던 반도체가 부진하고 지난 5월까지 무역수지가 15개월 연속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현대차·기아를 필두로 국내 자동차 산업은 생산·조세·부가가치 창출 면에서도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생산 면에서는 전체 제조업의 12.1%, 세수 면에서는 국세 및 지방세의 10.8%, 부가가치 측면에서는 전체 제조업의 9.6%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의 고용인원은 약 33만명으로, 우리나라 제조업 294만명의 11.2%에 달한다. 직접 고용뿐만 아니라 전후방 산업에서 약 1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평균임금 역시 제조업 평균의 약 12%를 웃돈다.
신성장동력도 창출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울산공장 내에 연간 20만대 생산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기아는 지난 4월 오토랜드 화성에 연간 15만대 규모의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을 착공했고, 오토랜드 광명도 일부 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했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전기차 전용 공장이 완공되면 전기차 수출이 늘어나 국내 경제에 더욱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