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고(故) 김용균 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서부발전 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이날 오전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서부발전 대표 등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어 검사와 피고 측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상고심 재판부는 김 전 대표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서부발전의 하청회사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근로자였던 김용균 씨는 2018년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김용균 씨는 전날 밤 늦게 컨베이어벨트의 턴오버 구간에서 혼자 점검구를 통해 점검 작업을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와 아이들러(롤러)의 물림점에 신체 일부가 끼여 사고를 당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 등 서부발전 임직원 9명과 백남호 전 발전기술 대표 등 임직원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피고들이 컨베이어 벨트와 아이들러가 만나는 물림점에 대한 방호조치 없이 점검 작업을 하도록 지시·방치했고, 2인 1조 근무 배치를 하지 않고 단독으로 점검 작업을 하도록 하는 등 주의의무 및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김 전 대표는 1·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받았다. 하급심 재판부는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 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대부분 임직원들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백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임직원 12명은 벌금형, 금고형,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서부발전 법인에는 벌금 1000만원, 발전기술에는 벌금 1500만원이 선고됐다.
2심에서 백 전 대표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받았다. 서부발전 임직원 2명은 무죄로 판결이 뒤집혔고 1명은 공소기각 결정을 받았다. 나머지 임직원들도 일부 감형받았다. 서부발전 법인은 무죄 판결을 받아냈고, 발전기술 법인의 벌금도 1200만원으로 줄었다.
김용균 씨 사망 이후 2018년 하청 근로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산안법 개정안(김용균법)이 통과됐고 2020년 1월부터 시행됐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면서 원청 사업주에게까지 하청 근로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김용균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모두 김용균 씨 사건의 앞선 재판에 소급되지 않았다.
이날 상고심 재판부는 "서부발전과 김 전 대표 등에게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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