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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통계 원조'가 '통계 한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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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미 페루에서 열린 우리나라 걸그룹 멤버를 뽑기 위한 글로벌 K팝 오디션에 현지인 5000여 명이 몰려 열띤 경쟁을 벌였다고 한다. 지구 반대편의 낯선 나라 사람들이 한국어로 유창하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신기했고, 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한류 열풍이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면, 공공외교인 공적개발원조(ODA)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2009년부터 원조하는 나라가 됐고, ODA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30개 회원국 중 16위를 차지해 글로벌 중추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ODA라고 하면 개발도상국에 식량 원조나 도로 항만과 같은 유형의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통계청에서 ODA 사업으로 통계 원조를 하고 있다고 얘기하면 “개발도상국은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통계가 필요할까?”라는 반응을 보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정확하고 신뢰 높은 통계는 눈에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한 나라의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주춧돌로 반드시 필요하다.

2015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새로운 글로벌 발전 전략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채택됐다. 각국은 2030년까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글로벌 의제로 부각된 것이 통계다. 통계 없이는 현재의 발전 위치가 어디인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목표까지는 얼마나 남았는지를 가늠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통계 인프라가 열악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에 통계 원조를 요청하고 있다.

몽골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탄자니아 등 개발도상국들이 우리나라에 통계 원조를 요청하는 이유는 우리의 앞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통계시스템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어서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악화된 통계 조사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행정자료, 빅데이터 등 새로운 자료원을 활용한 우리나라의 선진적 통계 생산 기법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우수한 통계 생산, 관리 능력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런 국제사회의 인식이 최근 선진국 클럽인 OECD 통계정책위원회 의장단에 한국 통계청장이 재선임되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 ODA 사업은 이제 겨우 10년을 지났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통계 ODA 사업을 하면서 많이 쓰는 아랍어인 라피크(Rafiq)는 ‘먼 길을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뜻이다. ‘통계 원조’를 요청하는 많은 개발도상국과 손을 잡고 동반자로서 함께 멀리 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통계 분야에서도 조만간 한류 열풍이 불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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