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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김호영 "마지막 '엔젤', 연출가로 돌아올게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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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김호영이 21년간 연기했던 '엔젤' 역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렌트'는 그의 21년 연기 인생 데뷔작이다. 김호영은 "주변에서 '더 할 수 있는데'라고 말할 때 매듭을 짓는 용기도 멋있지 않냐"며 은퇴 이유와 소감을 전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만난 뮤지컬 배우 김호영은 인터뷰를 통해 "엔젤은 사랑스러움과 풋풋함이 필수"라며 "연기를 하면서 문득 스스로 무대에서 '내가 너무 노련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쌓은 내공이 실제로 표현하고 싶은 엔젤의 매력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으로,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을 그린 뮤지컬이다. 1996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는데, 작품의 작가 조나단 라슨이 개막 하루 전날 요절해 관객들에게 더욱 극적으로 각인됐다. 한국에서는 2000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첫선을 보여 올해 아홉 번째 시즌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작품은 좌절과 실패의 파도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오직 오늘뿐'이라는 작품의 주제가 함축된 '노 데이 벗 투데이(No day but today)'와 1년을 분 단위로 환산해 52만5600분으로 표현하며 매 순간 사랑하자고 말하는 '시즌스 오브 러브(Seasons of love)'는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표 넘버다.

'렌트'에서 김호영은 21년째 드래그 캐릭터 '엔젤' 역할을 맡고 있다. 드래그 캐릭터는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과 반대되는 성별처럼 치장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극 중 엔젤은 거리의 드러머로, 천재 컴퓨터 과학자 '콜린'과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반짝이는 은색 하이힐을 신고 조명이 달린 초록색 치마를 입은 채 친구들에게 사랑과 열정, 희망을 전파한다.

엔젤은 극 중반부 병을 이기지 못하고 죽게 되는데, 사망한 뒤에도 친구들에게 사랑의 가치에 대해 영감을 주는 인물이다. 분량이 많진 않지만 삶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렌트'에서 가장 강한 여운을 안기는 감초 같은 역할이다.


김호영이 '렌트'에 완전한 이별을 고한 건 아니었다. 김호영은 "아직 제작사도 모르는 큰 그림을 나 혼자 그리고 있다"며 "언젠가 '렌트'의 한국 협력 연출가로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렌트'의 연출가인 앤디 세뇨르 주니어도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엔젤 역을 맡았던 분"이라며 "'엔젤' 배역을 연기했다는 공감대가 있으니까 통역사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그가 배우에게 요구하는 바를 알아듣겠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섯 시즌의 '렌트'를 경험해보니 이젠 엔젤이라는 '나무'를 넘어 극 전체의 구성, 앙상블과의 호흡 등 '숲'도 볼 수 있게 됐다"며 "앤디를 보고 나도 액팅 코치, 연출가 등의 역할로 스태프로서 '렌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렌트'는 내년 2월 25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공연한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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