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5일 1979년 12·12 쿠데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고 전하면서 "불의한 반란 세력과 불의한 역사에 대한 분노가 불의한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한 '불의한 현실'은 현 정부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영화 '서울의 봄'을 봤다. 참으로 뼈아픈 역사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 역사와 사회에 남긴 상처가 매우 크고 깊다. 아픈 역사일수록 우리는 배우고 기억하고 교훈 삼아야 한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문 전 대통령은 12·12 쿠데타 당시 목숨을 잃은 고(故) 김오랑 중령의 부인 백영옥 여사를 자신의 변호사 시절 두어 번 만난 적 있다고 떠올렸다. 그는 "남편의 사망으로 인한 지극한 슬픔 때문에 눈물로 지내다 완전 실명 상태였고, 그 모습이 애잔하기 그지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손해배상 소송 의지를 밝혔던 그녀가 연락이 끊어졌다. 하지만 얼마 후 들은 소식은 실족으로 추락사했다는 것"이라며 "장래가 촉망되던 남편에 이어 부인까지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운명이 되고 말았으니, 정말 애달픈 일이다. 부디 저승에서 두 분이 이어져 행복하길 비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한 진보 진영 인사들은 영화 '서울의 봄'을 통해 윤석열 정부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현 정권을 군부독재와 비교하면서 "군복 대신 검사의 옷을 입고, 총칼 대신 합법의 탈을 쓰고 휘두르는 검사의 칼춤을 본다"며 "'서울의 봄'에서 과거와 현재의 생생한 현장을 만나보시길 바란다. 전 국민이 봐야 할 영화다. 특히 윤석열 정권,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꼭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엄 저지선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 단독 과반 확보 전략을 써야 한다"고 적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북콘서트에서 '서울의 봄'을 언급하며 "오래전 이야기임에도 인물과 핍박 논리를 바꾸면 2023년 현재 상황 같았다"며 "영화 말미 신군부의 단체 사진에 이어 재판받는 사진이 나오는데 '신검부' 사람들도 심판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