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59·사진)이 SK그룹의 2인자인 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의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경영 여건이 악화하자 최태원 회장이 사촌동생이자 ‘믿을맨’으로 꼽는 최창원 부회장을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내세운 것이란 설명이다. 기존 4명의 부회장은 현직에서 물러나 7년 만에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4일 SK그룹 등에 따르면 오는 7일로 예정된 SK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조대식 수펙스 의장이 용퇴하고 그 자리에 최창원 부회장을 선임하는 안이 확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협의해 최창원 부회장에게 의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큰 이변이 없는 한 최 부회장이 수락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펙스는 SK그룹의 최고의사협의기구로, 그룹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로 구성돼 있다. 최 회장이 이 자리에 최 부회장을 내정한 건 그만큼 그를 신뢰하면서도 경영 능력을 높게 사고 있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SK디스커버리는 사실상 SK의 이름만 빌린 다른 그룹으로 봐도 될 정도로 지분 관계는 정리된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최 회장이 최 부회장을 두텁게 신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디스커버리는 2017년 SK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 최 부회장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40.18%의 지분율을 지닌 최대주주이며, 최 회장의 지분율은 0.11%에 불과하다.
최종건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최 부회장은 서울대 심리학과,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선경그룹에 입사했다. 최 부회장이 의장에 선임되면 그룹 출범 이후 ‘최종건-최종현’ ‘최태원-최재원’으로 내려온 형제 경영의 전통이 사촌 경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가 있다.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 수석부회장은 SK그룹의 배터리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7년 만에 부회장단이 물러나며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조 의장을 비롯해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이 용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회장 자리는 현재 계열사 사장들이 채울 것으로 알려졌다. SK㈜ 사장엔 장용호 SK실트론 사장(59), SK이노베이션 사장엔 박상규 SK엔무브 사장(59)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뉴스